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나라당의 쇄신 꼼수


살 길을 찾아보겠다며 열 시간을 토론했지만 수확은 없었다. 한나라당 쇄신 연찬회 얘기다. 위기감 속 열린 연찬회가 허무하게 끝난 까닭이 뭘까. 한나라당 구성원들이 '나만 빼고 바꿔'라는 속마음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홍준표 대표부터 그랬다. 홍 대표는 '모두가 박근혜 전 대표를 원한다면 대표를 그만두겠다'고 선전포고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의원들은 "공천받아야 하는데 눈치 보여서 말하겠나"라는 볼멘소리를 냈다. 홍 대표 퇴진과 박 전 대표 등장을 달가워하지 않는 홍 대표 측과 박 전 대표 측은 기다렸다는 듯 지도부 사퇴를 반대했다. 나머지 의원들도 앞다퉈 홍 대표 체제에 힘을 실었다. 한나라당의 이런 속사정을 알 리 없는 네티즌들만 속절없이 홍 대표의 퇴진을 주장할 뿐이었다. 이날 한나라당의 쇄신 연찬회는 이처럼 공허하게 끝났다. 쇄신 연찬회가 공허하게 끝난 덴 박 전 대표의 책임도 있다. "한나라당이 확 바뀌어야 한다"며 변화를 강조하던 박 전 대표는 정작 연찬회에 오지 않았다. 대신 측근 의원들을 통해 '홍 대표 체제는 유지해야 하나 공천권을 마음대로 휘둘러선 안 된다'는 의중만 전했다. 경쟁자인 안철수 교수가 밖에서 선전하는 마당에 당 안에서 힘을 뺄 수는 없지만 영향력은 행사해야겠다는 식의 박 전 대표의 태도가 당당해 보이진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정두언ㆍ차명진 의원 등이 박 전 대표의 '리모컨 정치'에 불만을 터뜨렸다. 친이명박계에서 출발한 이들은 홍 대표가 물러나고 박 전 대표가 나서라고 촉구했다. 차 의원은 "친이계라고 성골ㆍ진골ㆍ6두품 소리 듣던 사람은 공천받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라고 한 기자가 묻자 차 의원은 "공천에서 MB 손때 안 묻은 사람이 어디 있나"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결국 누구도 자기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면서 남에게만 바꾸라고 주장한 셈이다. 한나라당은 연찬회 이튿날 중진의원과 지도부 회의를 했고 쇄신 위원회를 만들고 연찬회도 또 열기로 했다. 회의가 길고 잦은 조직치고 제대로 굴러가는 경우가 드물다. 더구나 알맹이 없는 '한나라당식 토론'에 당원들조차 기대를 접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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