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출급감] 수출전선 내우외환

「내우외환(內憂外患)」올 수출의 앞길이 어둡다. 나라 안팎의 시련은 아직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수출전선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연초 위태로운 출발을 보였던 수출은 지난 2월들어 급기야 14년만에 최대의 감소세를 기록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기에 이르렀다. 밖으로는 미국을 필두로 한 통상압력 강화, 엔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덤핑공세에 밀리고, 안으로는 실업, 노사갈등 심화, 지지부진한 구조조정등의 걸림돌에 막힌 결과다. 지난해 수출은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흑자(390억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순조로웠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올들어선 연초부터 계속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듯하다. 1, 2월 수출이 모두 휘청댔다. 그렇다고 회복 조짐이 있는 것도 아니다. ◇2월 수출입 동향= 지난 2월에는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수출은 총 9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가 급감했다. 지난 85년 1월 마이너스 19.4%를 기록한 이래 14년만의 최대 감소세다. 수입도 76억달러로 3.0%가 줄어들었다. 산업자원부는 1월 3.7%로 소폭의 증가세를 보이던 수출이 감소세로 반전된 것은 대내외 여건 악화, 지난해 2월의 모집금, 유휴설비 수출에 의한 통계상의 수출차질, 설연휴로 인한 통관일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산자부 설명대로 지난해 2월에는 국민들이 모집한 금 12억달러가 집중 수출됐다. 유휴설비도 2억5,000만달러가 선적됐다. 산자부는 2월에 설연휴가 끼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약 7억달러어치가 수출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올해에는 지난해와 같은 과외수출을 기대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일평균 수출금액은 4억7,6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의 4억9,200만달러에 비해 1,600만달러가 감소했다. 산자부는 그러나 설연휴, 금수출등 특수요인을 제거할 경우 2월 수출은 3.9%가 늘어난 수준이며 일평균 수출액도 전년대비 4,700만달러가 늘어난 규모라고 말했다. 수입도 설연휴를 감안할 때 실질적으로 11.6%가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2월 무역수지는 18억달러 흑자. 지난 1월의 7억달러보다 크게 확대됐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서기 직전인 지난 97년 11월이후 16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수출전문가들은 그러나 2월 수출실적은 통계의 허점을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면 설연휴, 금수출, 유휴설비 수출등 특수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감소율이 16%까지 떨어지지지는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원인과 전망= 수출이 부진한 첫째 요인은 세계시장이 전반적인 침체국면을 맞고 있다는 데 있다. 일본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도 경제성장률 둔화조짐이 뚜렸하다. 미국에서는 거품경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동구, 중남미, 동남아등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의 침체도 장기화되고 있어 수출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 러시아에 이어 올해 브라질등이 외환위기에 시달리고 있고 최근에는 파키스탄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아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머징마켓이 죽어 수출도 따라 죽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엔화의 약세도 대형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대한(對韓)통상압력 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미국의 통상압력은 상품교역에서 지적재산권, 사회간접자본(SOC)분야에 이르기 까지 무차별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1,686억달러. 11년만에 최고 기록을 깨뜨렸다. 미국의 통상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내부적으로는 정치불안과 노사갈등, 구조조정의 더딘 일정이 수출을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1월 실업률은 8.5%. 33년만에 최고치였다. 노동계가 흔들리는 한 수출호조는 기대할 수 없다. 빅딜이 지연되어 빚은 생산차질도 무시할 수 없다. 산자부는 3,4월수출도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모집금 수출과 유휴설비 수출등 특수요인이 있는데다 환란 직후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의 수출증대 효과등의 영향 때문이다. 산자부는 오는 5월께면 수출이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계상 특수요인이 제거되고 총력수출체제를 강화하면 증가세를 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의 전망은 정반대다. 현상태대로라면 수출부진이 꽤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영학(任英鶴)삼성물산 전무는 『미국등 선진국과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들의 구매력이 상당히 약화된 상태여서 수출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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