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고음 켜진 신용카드 위기 현실화하나] '카드 서명' 거의 확인 안한다

가맹점·소비자 '형식적 절차' 인식 만연<br>"범죄 악용 우려·대출 부실 촉발 요인"

"다시 부탁해요(Again please)." 해외에 나가 물건을 구입할 때 심심찮게 듣는 말이다. 다름 아닌 카드 뒷면의 서명과 영수증에 기입한 사인이 다르니 다시 한번 서명을 하라는 것. 하지만 이런 광경을 국내에서 보기는 어렵다. 가맹점이나 소비자 모두 마찬가지다. 서명을 기재된 그대로 하는 소비자도 없고 이를 눈여겨 확인하는 업주도 거의 없다. 그만큼 한국은 서명을 남발하는 나라다. 서명 확인절차가 허술하니 여러 문제가 나타난다. 신용카드를 분실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5년 무직자인 이모씨는 백화점 뒷길에서 훔친 신용카드로 불과 하루 사이에 300만여원 상당을 부정 사용했다. 의류와 식료품을 구입하고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등 14차례에 걸쳐 신용카드를 사용했지만 가맹점들은 이씨의 서명과 카드 뒷면의 서명을 대조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카드 서명을 홀대하는 습관은 일반인 사이에도 만연해 있다. 가족끼리, 지인끼리 타인 명의의 신용카드를 돌려가며 사용하는 행위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3항에 따르면 신용카드를 양도 또는 양수하거나 질권설정하는 행위는 처벌을 받는다. 카드의 소유권은 카드발행회사에 있기 때문에 카드회원 본인이라 할지라도 카드 양수도 행위는 처벌 대상이라는 것이다. 발급 과정에서도 문제는 나타난다. 타인의 신분증만 있으면 카드를 발급해준다. 서명은 물론 날조된다. 카드사 간 신규고객 유치가 워낙 치열하다 보니 모집인 입장에서는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세일즈한다. 그 결과 경제활동인구 1인당 카드 수는 1999년 1.8장에서 2002년 4.6장으로 늘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 사용과 서명은 쉽게 말해 불가분의 관계"라며 "서명대조를 홀대하는 습관은 카드범죄에 쓰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카드 대출의 부실을 촉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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