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2일] 개인이 봉

“주식과 선물의 행복한 결혼, 우량주의 안정성과 선물의 수익성을 동시에 누린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오는 6일부터 시작하는 개별주식선물시장의 광고 카피다. 광고에서는 신랑이 신부를 번쩍 들어 안으며 함빡 웃고 있다. 광고를 보며 그 둘의 결합은 투자자들에게 ‘대박이’뿐만 아니라 ‘쪽박이’라는 쌍둥이를 동시에 안겨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그러나 대박과 쪽박 여부를 걱정하기에 앞서 주식선물시장이 제대로 ‘좌판’을 벌일 수 있을지부터가 걱정이다. 개별주식선물과 유사한 상품이 이미 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바로 개별주식옵션이다. 개별옵션 시장이 개설된 지 7년째 접어들지만 거래 현황은 처참하다. 총 30개 종목 중 13개 종목은 상장된 후 한 번도 거래된 적이 없다. 지난 2005년 상장된 신한지주는 현재까지 풋옵션 1건이 거래됐으며 한국가스공사는 콜ㆍ풋옵션 합쳐 4건, 한진해운은 1건이다. 그나마 가장 거래가 많았던 삼성전자가 2002년부터 현재까지 총 4만여건이 거래됐으니 개별주식옵션시장이 얼마나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는지 알 수 있다. 개별주식옵션 거래 자료를 요청하자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꼭 필요한 자료냐. 원래 선물상품의 성공확률은 전세계적으로 평균 5%밖에 되지 않는다”며 내주기를 꺼렸다. 주식선물이 주식옵션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관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면 시장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개인 투자자의 참여를 꼽았다. 거래소뿐 아니라 증권사ㆍ선물회사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지수선물시장이 그랬듯 투기적 거래를 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들어와 대박도 터뜨리고 돈도 날려야 기관과 외국인들도 들어온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파생상품 담당 임원은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초기에 어수선한 시장 분위기에서 자칫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전달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과 기관에 의해 시장이 충분히 활성화된 후에 들어와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투기적 거래자 없이 효율적인 헤지ㆍ차익 거래는 불가능하다. 생동감 넘치고 성공적인 선물시장을 갖기 위해서는 투기적 거래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선물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개인 투자자가 대박 열풍에 휩쓸려 섣불리 초기시장 활성화의 희생양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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