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산재예방-보험기금 통폐합 추진

"근로자 생명경시" 반발정부ㆍ여당이 공공기금 운용의 효율성 제고를 겨냥, '산업재해예방기금'과 '산업재해보험기금'의 통폐합을 추진하는데 대해 노동계는 물론, 산업안전학회 등 12개 민간단체들이 근로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안이한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산재예방기금은 산업현장의 안전교육과 대국민홍보ㆍ직업병연구ㆍ중소기업 시설물 융자대출 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90년 여야 공동발의로 법제화 한 제도. 통폐합할 경우 지금까지 해오던 각종 안전사고 예방사업은 우선 순위에서 밀리거나 중단될 수 밖에 없어 안전사고의 증가가 우려된다. 기획예산처와 민주당은 기금운용과 관련, 43개 공공기금 가운데 설치목적에 어긋나는 사업은 폐지하고 성격이 비슷한 기금은 통폐합한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하나로 묶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기금의 통폐합 관련 법안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마련, 지난 218회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었으나 노동계와 학계 등 민간단체의 반발이 거세 4월 임시국회로 미룬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공공기금 통합은 건강보험 등 주요 공공기금의 재정파탄을 교훈 삼아 효율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으나 산재예방기금의 경우 눈앞에 보이는 경제논리로 접근하면 곤란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매년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로 숨지는 근로자는 2,500여명으로 사망 근로자를 보상하기 위한 경제손실만 하더라도 6조원, 각 분야의 안전사고로 인한 피해액을 합치면 총20조원이 넘는다"면서 "작업환경 개선으로 안전사고를 막을 대책은 내놓지 않고 통합논리에 얽매여 안전을 도외시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금이 통합되면 중소 사업장에 대한 국고지원은 자취를 감출 것이고 이는 곧 근로자의 생명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느냐"면서 "산업재해와 직업병으로 고통 받는 근로자나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올해의 경우 2,270억원에 불과한 기금을 매년 늘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송자 전 연세대 교수ㆍ최병렬 국회의원ㆍ김춘강 한국여성단체연합회장)도 관련 법안의 개정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시민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산재보상기금은 사고가 난 후 치료나 보상ㆍ재활을 위한 보험성격의 사후 서비스 업무를 관장하지만 예방기금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때문에 기금의 목적과 성격이 달라 독자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민연합은 "ILO(국제노동기구)는 산재예방과 보상재원을 분리해 운영하도록 권고하고, 선진국에서는 산재예방 기금을 확대하고 있는데 오히려 통합을 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면서 "시너지 효과보다 문제점만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산업재해율은 예방기금 도입 첫해인 91년에는 1.62%였으나 99년에는 58%가 감소한 0.74%로 산재예방에 대한 투자확대가 재해율을 크게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사고는 아직 선진국보다 2~3배나 높고 새로운 직업병이 꾸준히 늘고 있어 각종 예방사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확대가 되레 절실한 실정이다. 박상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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