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방카슈랑스 도입 1년

박태준 금융부기자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방카슈랑스를 앞두고 은행의 불법적이거나 불공정한 영업행위가 우려되는 만큼 이를 엄단해 영업질서를 바로잡을 것”(2003년 8월 제정무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은행과 보험사가 방카슈랑스 제휴를 맺을 때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활용, 불공정한 제휴 관계를 관철시키고 있다”(2004년 6월 금감원 방카슈랑스 운영실태 점검결과). 방카슈랑스(은행 등 금융사 창구에서의 보험 판매)가 국내 금융시장에 도입된 지 벌써 1년이 돼간다. 지난해 9월3일 금융계의 기대와 우려 속에 시작된 방카슈랑스는 1년 동안 외형적으로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 6월 말까지 총 39만5,000여건의 보험상품이 은행 창구 등에서 팔려나가 2조7,200억원의 보험료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그 내면을 살펴보면 방카슈랑스로 ‘짭짤한’ 수수료 수익을 벌어들인 은행을 제외하고는 다른 어디에서도 방카슈랑스가 성공적으로 정착됐다는 말을 선뜻 꺼내지 못한다. 금융당국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무자격 직원의 모집행위 ▦보험가입 목적으로 기존 예ㆍ적금 해약시 특별이율 적용 ▦대출을 연계한 꺾기 판매 등 각양각색의 부당영업을 하며 수수료를 챙겼다. 물론 보험사들도 ‘첫 단추’를 잘못 뀄다. 은행의 판매망을 이용해 단기간에 많은 매출을 올려보려는 보험사들은 은행과의 모집수수료 협상에서 무릎을 꿇었다. 또 자산운용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일시납 상품(거액의 보험료를 한번에 납입하는 상품) 판매에만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언제나 뒷전이었던 것은 소비자였다. 방카슈랑스 도입의 가장 큰 취지였던 보험계약자들의 편익 증대는 비싼 보험료와 은행의 보험가입 요구로 무색해져버렸다. 내년 4월부터 2단계 방카슈랑스가 시작되면 생ㆍ손보사의 주력 상품인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도 은행 창구에서 판매된다. ‘새로운 기회’를 맞은 은행과 ‘생존을 위협’받는 보험사간의 ‘이전투구(泥田鬪狗)’ 속에 계약자 보호라는 거창한 명분이 다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누구를 위한 방카슈랑스였는지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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