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04% 룰' 때문에… 시중에 담배 부족사태

정부, 담뱃값 인상 예고 이후 반출량 제한 이어

편의점 등에도 월평균 판매량 104% 이내 공급

점주, 인기담배 못팔아 발동동… 시민들도 불편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브랜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순(가명)씨는 최근 담배 재고가 부족해 곤혹스럽다. 박씨는 "물류직원에게 담배를 더 달라고 요청해도 담배회사에서 물량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평소 받는 양의 3분의1밖에 받지 못해 추석 전만 해도 꽉 찼던 담배 보관대가 지금은 이렇게 텅텅 비었다"며 계산대 뒤를 바라봤다.

정부의 담배가격 인상 예고 이후 시중 담배 판매점 곳곳에서 담배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가격인상 예고로 담배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이 제한되면서 소비자들이 담배를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속 나오고 있다. 담배 매출이 전체의 30~40%에 달하는 편의점 등 동네 점포 주인들은 공급이 언제 정상화될지 몰라 속을 태우고 있다.

23일 KT&G와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담배가격 인상을 예고한 지난 13일부터 담배 출고량을 제한하면서 일선 판매점의 판매대는 빈 곳이 심심찮게 눈에 띄고 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담배 사재기를 막기 위해 지난주부터 KT&G와 BAT코리아·필립모리스·JTI 등 국내에서 영업하는 4개 담배회사의 생산량을 기존 출고량의 104%로 제한한 데 따른 것이다. 수요가 아무리 늘어도 담배회사들이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지 못하고 기존 판매량의 104% 이하로만 만들어 팔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편의점 등으로 가는 공급량도 줄어들었다. 각 판매점별로도 올해 이후 월별 평균 판매량의 104% 이상은 공급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에 한 본사 직영 편의점 관계자는 "지난주 초 평소 담배를 보루 단위로 사가는 손님이 선결제를 하고 갔는데 아직 제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담배가격 인상도 좋고 사재기 예방도 좋은데 가게에서 물건을 팔 수는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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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은 추석 전에 담배를 넉넉하게 주문한 판매점일수록 더 심하다. 판매량의 104%를 이미 초과 매입해 새로 공급 받지는 못하면서 미리 쌓아둔 재고가 일찌감치 떨어질 경우 실제 매출 하락이 가시화되는 것이다. 한 브랜드 편의점주는 "이미 추석 이후 말보로 라이트는 결품 상태"라며 "하루에 이 제품을 6~7명이 사갔는데 1~2갑씩에 음료수 하나씩만 계산해도 하루 2만원이고 한 달이면 60만원의 매출을 손해 보는 셈"이라고 답답해 했다.

시민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흡연자는 "최근에 담배를 몇 갑 사려 했더니 담배가 모자란다며 단골손님이 아니면 팔기가 곤란하다고 해서 빈손으로 나오기도 했다"며 "다른 가게에서 사기는 했지만 사재기하려는 것도 아닌데 담배를 못 사니 불편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현재 담배회사도 수요공급이 언제쯤 안정될지 예측을 못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일부 점포에서 급감한 공급량이 언제 다시 회복될지는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문제는 일시적 공급부족이 해소돼도 담배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경우 공급이 여전히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판매점 관계자는 "기존 판매량만큼은 공급해준다고는 하지만 예전처럼 여유 있게 확보하지는 못하는 만큼 일시적으로 한 품목이 많이 나갈 경우에는 결국 못 팔게 되는 것이 아니냐"며 "정교한 대비 없이 담뱃값 인상 계획부터 터뜨리면서 흡연자와 판매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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