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관련법안 재경위 통과 재계 강력반발
재경부委 골격유지 불구 시민단체 의견반영"지분 4% 초과분 '자금출처 보고' 납득못해"금융회사도 "감독강화로 투자위축" 시큰둥
여야간에 논란을 빚던 사모펀드(PEF) 관련법이 1일 재경위를 통과함에 따라 국회 통과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투자 당사자인 재계와 금융사들이 일부 수정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자칫 '허울뿐인 투자펀드'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감도 제기되고 있다.
또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연기금의 사모펀드 투자 허용문제는 앞으로 기금관리법 및 개별 기금법의 개정추이를 지켜본 뒤 검토하기로 결정해 갈등의 불씨가 잠복한 상태다.
이날 소위에서 합의한 법안은 외형상으로는 일단 재경부가 당초 제출한 법안의 골격이 대부분 유지됐다. 핵심 쟁점이었던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4~10% 소유'와 'PEF의 지주회사 적용 10년 유예' 등이 그대로 재경위를 통과했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자산운용업법은 법사위를 거쳐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어서 이르면 11월부터 사모펀드 설립이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열린우리당의 일부 의원들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추가로 만든 몇 가지 보완장치다.
이날 재경위가 수정에 합의한 내용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재벌 등 산업자본이 PEF를 통해 금융기관을 실질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의 4% 이상을 초과해 소유할 경우 금융당국에 이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보고 내용에는 투자자금과 관련한 개별 투자가들의 구체적인 인적사항과 자본 출처 등 세부적인 사항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재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날 '사모투자펀드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건의'라는 자료를 통해 "대기업의 투자를 유인하려는 입법 취지에 맞게 사모투자전문회사에 투자한 대기업자본에 대해서는 산업자본 간주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그대로 4~10% 규정이 적시됐기 때문이다.
재계는 특히 금융기관 지분 4% 초과분에 대한 자금출처 보고 의무화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를 도입하는 이유는 시중에 넘쳐나는 부동자금을 투자자금으로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비실명'이라는 점이 최대의 장점"이라며 "자금의 출처를 묻는다면 누가 사모펀드에 투자를 하려고 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개정안에서는 또 금융기관이 PEF를 소유할 경우 PEF에 대한 감독이 대폭 강화됐다. 개정안은 금융기관이 PEF를 통해 일반 기업을 소유할 경우에는 PEF를 자회사로 간주,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PEF 재무상황을 금융기관의 BIS(은행의 자기자본)비율 산출에 반영하고 ▦경영실태 평가시 PEF 소유 자산 반영 ▦투자위험도가 높은 산업에 투자시 특수목적회사(SPC) 설립 등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만 출자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은행은 기간산업 육성, 중소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육성과 구조지원 등에만 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됐다.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은 이날 재경위에 출석해 "앞으로 산업은행이 LG카드 같은 곳에 무한책임사원(GP)으로서 참여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산업은행이 우리은행에 투자하는 일이 없도록 성실히 법을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당 금융기관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PEF는 기본적으로 우량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비우량회사에 투자하는 것으로 투자 초기 2~3년 동안은 투자 이익을 내기 어렵다"며 "그런 상황에서 PEF를 자회사로 간주해서 모기업의 재무 상태와 연결시켜 감독하면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진정한 PEF법을 둘러싼 정치권과 각 투자주체간의 논란이 더욱 불거질 수도 있다는 상황을 예고하는 셈이다.
문성진 기자 hnsj@sed.co.kr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입력시간 : 2004-09-01 1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