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걸림돌 많은 戰後 한국경제

미국의 이라크 침공 첫날에는 주가가 급등하더니 공격이 제한적이라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증시가 `갈지 자(字)` 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폭격을 하면 후세인 대통령이나 콧수염을 단 병사들만 죽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라크 국민 중에 15세 이하의 어린이가 절반이 넘어요.” 한 이라크 초등학교에서 대표 연설을 한 어느 소녀의 눈물 어린 호소와는 달리 비정한 경제 논리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텍사스 카우보이`부시 대통령의 도덕적 파산이나 이번 전쟁의 사악성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펀더멘탈이나 여타 경제 변수를 무시한 채 `감정`이나 `기대감`만 충만한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어서다. “한마디로 시장이 미쳤다. 이라크전이 단기간에 끝난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겠는가. 이 전쟁은 북핵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투자 및 내수 심리에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경제 정책은 엎친데 덮친 격이다.” 최근 연일 주가가 급등한 한 대기업의 임원에게 “주가가 올라서 좋겠다”고 말을 건넸더니 쓴 웃음을 지으며 들려준 얘기다. 그의 말대로는 이라크 전쟁 발발로 한국 경제의 불투명성 중 하나는 제거됐을 지 몰라도 북핵 사태는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을 단기전으로 끝낼 경우 여세를 몰아 총구를 북한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 오락가락하는 노무현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은 더 큰 짐이다.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강조하던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이라크전 지지를 간단히 맞바꿔 버렸다. 70%에 달하는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 현지에서 한국 기업의 이미지 실추 등 여타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한 고난도의 외교력은 눈을 씻고도 찾아 보기 힘들다. 부시 정부가 평소 습관처럼 `외교적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북한 영변을 폭격하려 할 경우 그 중재력을 의심받기 충분하다. 지금 우리는 e폭탄, 무인항공기, 슈퍼 폭탄 등 이라크에 퍼붓는 미국의 각종 첨단 신무기를 고스란히 온 몸으로 받는 이라크 국민의 참상은 물론 비상이 걸린 한국 경제호의 현실은 `강건너 불`인듯 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최형욱 기자(산업부)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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