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은 지난주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공식 지명했다. 이로써 페일린은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오는 11월 대선에서 이기든 지든 간에 영향력 있는 인물로 거듭나게 됐다.
공화당은 지난 수년간 현상유지만을 원하는 침체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1980년대와 1990년대만해도 공화당은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넘치는 당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재집권에만 골몰한 나머지 활력을 잃어갔다.
그런 면에서 보면 44세의 젊은 페일린의 등장은 공화당에 대중적인 흥미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일부 언론은 매케인이 자신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는 보수적인 기독교도에게 어필하기 위해 낙태를 강력히 반대해온 페일린을 선택했다고 분석했지만 페일린은 낙태라는 이슈를 꺼내지도 않았다. 올 4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막내 아들을 출산했다는 점만으로도 페일린의 생명 존중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페일린은 그간 현실 정치에서 개혁적이고 공정한 태도로 유권자들을 매혹시켜왔다. 그는 공화당 내 잘못된 관행에 반대해왔고 2006년에는 22년간이나 미 상원의원을 지낸 뒤 알래스카 주지사로 변신한 프랭크 머코스키를 물리치고 알래스카 주지사에 당선되는 저력을 보여줬다. 페일린의 갑작스러운 등장을 놓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시도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는 기회균등을 통한 여성의 잠재력 발휘라는 대의 앞에서는 한낱 초라한 분석일 뿐이다.
민주당과 일부 언론은 페일린이 1988년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지만 최악의 선택으로 평가 받고 있는 댄 퀘일의 전철을 밟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페일린은 자신에 대한 언론들의 자격 시비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매케인은 페일린에게 전통적인 부통령 후보의 역할을 맡기고 있다. 바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공격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기에는 일천해보이는 오바마의 경력에 대한 페일린의 공격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페일린은 오바마보다 어리지만 알래스카주 와실라 시장, 알래스카 주지사 등 경력면에서 오바마에 뒤지지 않는다. 페일린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은 그가 부통령 후보로서 만만치 않은 능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