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의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과 국제사회의 다각도 압박에 북한이 백기를 드는 것일까.
지난해 4월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단을 추방했던 북한이 이들이 영변 핵시설에 복귀하는 것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천안함 폭침에 이어 지난달 연평도 무차별 포격, 그리고 우라늄 고농축 시설 공개 등으로 '위협카드'를 제시했던 북한이 갑작스레 입장을 바꾼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케이블뉴스 채널인 CNN은 20일 "북한이 유엔 핵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하기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번 조치는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한 패키지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로켓 발사를 비난하는 성명을 채택한 데 반발, 6자회담 중단과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발표하고 IAEA 사찰단을 추방했으며 한달 뒤인 5월25일 제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를 동행 취재하고 있는 CNN의 울프 블리처 앵커는 "북한이 추방했던 IAEA의 핵 사찰단을 영변 핵시설에 복귀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좀 더 단정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북한은 또 우라늄 농축을 위한 핵 연료봉을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과 1만2,000개의 미사용 연료봉의 판매를 협의하는 데도 동의했다고 블리처 앵커는 전했다. 그는 핵 연료봉을 인수하는 나라는 남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규모의 연료봉은 6개에서 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규모라고 CNN은 전했다.
방송은 또 북한이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분쟁지역 감시를 위한) 군사위원회와 남북 간 군사핫라인 구축에 대해 고려하는 것에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베이징을 통해 평양을 방문한 리처드슨 지사는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비롯해 리용호 외무성 부상, 박림수 국장 등 외무성과 군부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의 이번 방북은 개인자격임에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 위협과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김계관 부상이 직접 초청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지냈던 리처드슨 주지사는 수단과 이라크에 특사로 파견되기도 했으며 1990년대에 두 차례 특사자격으로 방북해 당시 억류됐던 미국인 석방을 이끌어냈던 인물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CNN의 보도에 대해 "좀 더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보도가 사실이라면 최근 강경일변도로 나갔던 북한에도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라면서도 "다만 어떤 의도를 갖고 이런 유화 제스처를 취하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