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권해효 "재일조선학교 재개교 기적 보고 싶어"

日 지진 때 무너진 학교돕기 위한 '몽당연필' 공동대표 배우 권해효


"시민단체 도움으로 학교 문 여는 기적 보고싶어" "지난 3월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붕괴된 재일조선학교가 '몽당연필' 등 시민단체들의 도움으로 내년 4월에 다시 문을 여는 기적을 보고 싶습니다." 재일조선학교 복구를 돕기 위해 만든 시민단체 '몽당연필(www.mongdang.org)'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배우 권해효(44ㆍ사진)씨는 "기금 마련을 위해 콘서트를 기획했는데 처음에는 모두가 '되겠나' 하며 반신반의했지만 이제는 1,000석 규모의 공연장도 가득 찰 정도가 됐으니 기적"이라며 활짝 웃었다. 몽당연필 콘서트는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이나 관련 시민운동가ㆍ배우 등이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과 대화하고 가수들이 노래를 곁들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가수 이상은ㆍ강산에를 비롯해 배우 김민종, 인디밴드 핫키와 에리ㆍ시와ㆍ허클베리핀 등이 동참했다. 지금까지 총 13회(서울 8회, 고양ㆍ인천 등 지방 5회)의 콘서트가 열렸고 9월에는 공연수익금 1억5,000만원을 일본 시민단체 '우리학교'에 전달했다. 권씨는 4월부터 매월 열리는 콘서트의 사회를 보고 있다. 여덟번째 서울 콘서트가 열린 24일 서울가톨릭청년회관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권씨는 몽당연필이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일본 동북지역이 대지진과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자 국내에서 온정의 손길이 뜨거웠지만 정작 우리 동포를 격려하기 위한 모금활동은 미미했다. 그래서 건물이 붕괴된 재일조선학교에 기둥 하나라도 세웠으면 하는 작은 마음으로 재일교포 관련 단체들과 만나 긴급회의를 열어 4월에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몽당연필에는 뜻을 같이하는 일본과 한국의 300여 시민단체가 참가하고 있다. 몽당연필은 내년 초 제주 공연, 3월 서울 정기공연이 끝나면 4월 일본에서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90년 연극 '사천의 착한 여자'로 데뷔, 연기력을 인정받아 무대와 스크린ㆍ안방극장을 넘나들고 있는 그가 재일조선학교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2002년 6ㆍ15 성명공동 실천을 위해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해외청년학생 통일대회'에 참가한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을 보고 그들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됐죠. 지난 65년간 일본에서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우리 옷을 입고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키면서 정체성을 고민해온 그들은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드라마 '겨울연가'에 출연했던 그는 마침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 덕분에 일본을 자주 방문했고 시간이 될 때마다 조선학교를 찾았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발동해 학교를 찾았고 이내 '차별의 역사'라는 학교의 현실을 본 뒤 그동안의 무관심에 부끄러웠어요. 거창한 사명감이 아니라 '함께하고 나누는 기쁨'이라는 그들의 교육철학이 마음을 움직였죠. 우리 사회에서 학교는 질타의 대상인데 아무런 사회적 혜택도 받지 못하면서 학교를 고향이라 부르고 부모ㆍ교사ㆍ학생이 함께 교육을 고민하는 현장에서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권씨는 최근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이 그린 그림에 해설을 덧붙인 책 '내 가슴속 조선학교(올벼 펴냄)'를 출간했다. 도서판매 수익금은 전액 학교 복구를 위해 쓰인다. "조국ㆍ동포 등 거대한 담론을 내세우고 시작한 일이 아니다. 그들을 돕는 일이 제게는 행복"이라는 그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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