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삼성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논의를 촉구, 그 결과가 주목된다. 삼성이 8,000억원 무조건부 기부 등 정치권의 반(反) 삼성 기류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몸을 낮췄지만 정치권에선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조치가 빠진 미봉책이라는 시각이 여전하다. 이번 기회에 해당 기업과 경제에 충격을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대기업 지배구조 선진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당정협의에서 “시민단체가 얘기하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의장은 이어“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로드맵이 올해로 마감시한이지만 여전히 일부 문제는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장은 당정협의 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말한 그대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당정협의에 참석했던 우제창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도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원론적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강봉균 의장의 말을 듣고 ‘급작스럽게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은 무리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로의 전환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선진화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고 전했다. 강 위원장은 지난 7일 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오찬에서도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통한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한 바 있다. 정부 여당이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이란 ‘뜨거운 감자’를 놓고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여당의 정책위의장이 말을 꺼낸 이상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어떤 식으로든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김한길 원내대표 등 여당의 원내지도부가 정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정부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강 위원장이 이날 당정협의 직후 공정위 정례브리핑에서 “(삼성이 내놓은 대책이) 소유지배구조 개선에는 미흡하다”고 한 것도 이 같은 당의 입장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정조위의 한 관계자는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선 등에 대한 당의 원칙적인 입장엔 변화가 없다”며 “삼성이 대책을 내놓았다고 수위를 낮춘다거나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삼성이 대책을 내놓은 이후에도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앞장섰던 의원들의 입장엔 변화가 없다. 재경위 소속 김종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삼성이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에 대한 국회 처리 결정에 순응할 것이란 발표와 관련, “금융 자본의 산업 자본 지배를 차단하겠다는 법률 취지를 살린다는 원칙에 맞게 추진할 것”이라며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