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힘모아 다시뛰자] 기관투자자 위상 바로잡아 `증시안전판` 역할 찾게하자

국내 증시에는 `기관 투자자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관의 위상이 너무 위축돼 있다. 외국인에 의해 국내 증시가 휘둘리는 것도 `증시 안전판`역할을 해야 할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의 주식투자 비중이나 영향력을 외국인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다. 외국인들은 국내 상장주식의 40% 가량을 쥐고 국내 증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증시가 개방된 지난 92년 말에는 4.9%에 불과했던 투자비중이 10여년이 지난 현재 거의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외국인들은 이 같은 힘을 바탕으로 시세차익에다 배당이라는 과실까지 따먹고 있으며,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경영권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 기관들은 `실탄(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투자자금이 계속 줄어들면서 위상은 갈수록 쪼그라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투신권의 수탁액은 IMF 수준인 135조원 대까지 떨어졌고 투자비중도 지난 2002년 말 기준으로 15.9%에 불과하다. 1년 여가 지났지만 현재 수준도 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보면 그 위상은 더 없이 초라하다. 선진국 연기금의 경우 운용자산 중 주식투자비중이 60%를 넘지만 국내의 경우 5~6%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투자 성과를 내는 것은 고사하고 기업감시, 경영권 보호기능 등 증시 안전판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또 주식보다 안전한 채권에 편중된 투자에 주력하면서 시장금리를 왜곡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외국인의 영향력에 맞서 `대항마` 역할을 해야 할 기관이 오히려 국내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증시가 시작된 지 몇 십년이 흘렀고, 역대 정부마다 증시 발전을 위한 기관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기관은 여전히 제자리다. 증시가 외풍에 흔들릴 때마다 `기관은 뭐하고 있냐`는 증시 참여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관 투자자들의 반박도 거세다. 특히 기관이 증시에서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단기 성과에 급급한 분위기가 만연돼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너무 단기적인 성과를 강조하다 보니 장기투자는 꿈도 못 꾼다는 것이다. 투신사는 물론이고 국민연금 같은 공공기관도 단기적인 수익률에 따라 투자 책임자의 자리가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장기투자를 추진하느냐는 주장이다. 또 저평가된 우량 주식에 장기투자를 하고 싶어도 단기 수익률이 떨어지면 고객들의 항의가 거세 어쩔 수 없이 주식을 팔거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비정상적인 매매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평가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장기 주식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연간이나 분기별로 평가되는 현 시스템을 2~3년 단위로 바꾸는 등 장기투자문화가 정착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운용사별로 투자스타일을 정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수익률에 민감한 주식형 펀드에 치중돼 있기 때문에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기관에 대한 고객의 불신을 하루 빨리 해소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이를 통해 SK글로벌 분식회계사건과 같은 악재만 터지면 썰물처럼 빠져 나가곤 했던 자금의 이탈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SK사태에서 얻은 교훈은 투신권도, 고객도 아직 간접투자를 제대로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아직도 투신권에 돈을 맡기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밖에 기관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업연금제도를 하루 빨리 도입하고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확대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주식관련 상품에 장기 투자하는 투자자에게는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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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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