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자의 눈/7월 16일] 회계법인의 자기 모순

최근 발표된 국내 4대 회계법인들의 실적을 두고 말이 많다.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실적 부풀리기에 나서는 곳이 있고 공개하는 실적 범위도 제각각이어서 “재무제표의 투명성에 가장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할 회계법인 스스로 회계 질서를 왜곡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내 회계법인은 매 사업연도의 사업보고서를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4대 회계법인들이 컨설팅 관련 업무를 전문화한다는 명목 등으로 관련 부문을 분리, 관계사 형태로 두기 시작하면서 발생했다. 4대 회계법인 스스로 단순한 회계 업무에서 벗어나 종합 컨설팅 전문 법인을 자임하는 등 컨설팅 부문 쪽의 매출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이 발표하는 사업보고서에는 관련 내용이 쏙 빠지거나 일부만 반영되고 있는 것. 특히 한 회계법인의 경우 이 같은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부풀려진 실적을 홍보하고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최근 S회계법인은 증선위에 제출한 실적 외에 컨설팅 부문 등을 담당하는 관계사까지 합친 실적을 외부에 흘렸다. S법인이 외부로 흘린 실적은 실제 증선위에 보고한 것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인데 이것을 이용해 “업계 수위권에 올라섰다”고 주장했다. S법인의 이 같은 주장은 뻥튀기된 부분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주한 프로젝트 1건을 관계사끼리 내부 거래를 통해 나눠가지면서 관련 매출을 중복 계상하거나 지주사가 관계사들로부터 받는 공통 경비나 임금 등을 매출로 잡는 수법 등을 이용, 실적을 부풀린 것이라는 설이 업계 내에 파다하다. 이 같은 문제를 시정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고 업계 측은 말한다. 회계법인들은 최근 국제회계기준(IFRS)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는데 이를 자신들에게도 적용하면 문제가 간단하게 해결된다. 하지만 회계법인들은 당분간은 IFRS를 적용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법적 강제화 역시 금융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일반 상장사들에는 IFRS를 적용하라고 컨설팅해주면서 자신들이 지키지 않는 것은 자기모순적인 행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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