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9월 1일] 실패의 합과 소통

황성호(우리투자증권 사장)

필자는 얼마 전 미국프로골프(PGA)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든 골퍼의 모습을 지켜봤다. 먼저 게임을 끝낸 그는 다음 선수들의 게임 결과에 따라 승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의 모습은 초조했다. TV 모니터로 계속 경기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은 안타까워 보일 정도로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의 복장 또한 오랫동안 무명으로 생활해온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튀는 해병대 스타일 모자에 덥수룩한 턱수염 등은 프로 골퍼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일반인의 외출 복장에 가까웠다. 그 모습에서 나는 그의 좌절과 주변인으로서의 생활, 그리고 성공에의 갈망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었다. 우승이 확정됐을 때 그는 승리의 포효조차 하지 못했다. 대신에 마치 넋이 나간 모습으로 ‘이 승리가 진짜일까’ 하는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리고 우리는 타이거 우즈의 모습을 보았다. 양용은 선수의 포효 뒤에 고개를 떨군 그의 모습을. 우즈는 모든 골퍼의 실패의 합이다. 그도 이제 실패의 합 중의 하나가 돼 또 다른 승리를 낳게 되는 것이다. 나의 성공이 누군가의 실패의 합이고 언젠가는 나의 실패의 합이 누군가의 성공이 될 것임을 알 때 우리는 진정으로 성공을 기뻐하며 또한 실패를 위로할 수 있다. 승자와 패자 사이에 존재하는 성공의 자부심과 실패의 좌절감은 새로운 생명을 얻어 더 나은 삶을 낳게 된다.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는 필연적으로 많은 승자와 패자를 양산한다. 승자는 항상 소수이기 마련이다. 또한 승자는 승자끼리 또 새로운 정반합의 시합을 해야 한다. 많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세상을 빛나게 할 성공은 없을지라도 내 한몫의 삶을 훌륭히 꾸리는 보통의 승리는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실패는 없지만 내 한몫의 삶 또한 무척 지난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종종 성공이 혼자만의 힘으로 이룬 것처럼 배려 없는 승리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리고 패배가 오직 타인의 부당한 방해에 따른 것처럼 증오의 패배도 목격한다. 이제 일등도 아주 짧은 시간에 사라지는 그런 세상이 됐다. 이제 곧 배터리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나온다고 한다. 그때 사라질 많은 자동차 부품 회사들, 엔진 회사들은 지금 많은 실패를 해야 한다. 이제 실패도 빠르게 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공과 실패 사이를 빠르게 왕복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보통의 삶은 그렇게 빠른 성공과 실패를 살아낼 수 없다. 소통과 배려, 사랑과 격려, 그리고 끊임없는 실패가 우리 삶의 유일한 성공 비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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