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에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내가 성사시켰던 거래가 계약서 작성에 착오를 일으켜 본사에서 차액을 고스란히 물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 귀국하라는 내용이었다.”
박민양 대우인터내셔널 UAE(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지사장은 지난주말 모처럼 짬이 나서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다가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다행히 한낮의 짧은 꿈이란 사실을 깨닫고 실없이 웃었다.
“최근 이곳에서 펼쳐지는 거래단위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인 지사장이 모두 그렇지만 이곳도 바이어상담, 수출계약, 재무ㆍ회계 처리 등을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 실수하지 않으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두바이는 중동시장의 전초기지.
이곳에서 감당해야 하는 영역은 UAE를 포함,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오만 5개국에 달한다. 중동 바이어들은 대부분 얼굴을 마주한 채 상담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잘 믿지 않는 속성이 강하다. 박 지사장은 지난 2001년 현지에 부임한 후 지금까지 빠짐없이 매주 한차례 이상 이들 5개국을 돌아가며 바이어를 상대하고 있다.
박 지사장의 책상 머리에는 굵은 글씨로 정성껏 쓰여진 좌우명이 하나 붙어있다. `대우인터내셔널 해외지사중 1등 지사`
그가 목표하는 올해 수주실적은 6,500만달러. 지난해보다 135% 증가한 규모다. 오는 2005년에는 두바이 1인지사의 수주실적을 1억 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개인 목표도 갖고있다.
최근에는 쿠웨이트 출장이 잦아졌다.
“이라크전후 복구시장을 겨냥해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이 쿠웨이트에 몰려오고 있다. 이들과 친분을 쌓다보면 중동과 유럽ㆍ아프리카 등지로 이어지는 삼국간 무역업무가 무궁무진하다.”
박 지사장이 자신만만해 하는 배경이다.
“조만간 이라크 전력 공급용 초고압전력선, 건설중장비 등 2,000만달러 규모의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하는 그는 “종합상사 해외지사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신규 수출품목을 끝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대한민국 수출 첨병의 위상을 다시 세워보겠다”고 다짐했다.
<한동수기자 best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