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신시장 독점체제 붕괴/‘소비자 주권에도 봄은 온다’

◎용인시 백암면 이모씨 전화 가입하자 여러 업체들의 자사이용 요청이 쇄도했다/휴대폰 등 7개 분야 27개업체 ‘손님끌기’ 치열/‘가격할인서 선택요금제까지’ 고객 구미돋워서울에 살던 회사원 이모씨(35)는 최근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의 한적한 마을에 새집을 짓고 이사를 했다. 도시생활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전원생활을 동경해온 오랜 꿈을 실현한 것이다. 상쾌한 공기, 자신만의 넓은 주차장, 야트막한 산자락의 조깅코스 등은 1시간 20분 남짓걸리는 출근시간의 불편을 감내하기에 충분한 대가라고 이씨는 생각했다. 만족한 주변환경과 함께 이씨를 또한번 감동(?)시킨 것은 전화였다. 외딴 가옥이라 전화설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던 이씨의 예상과는 달리 신청후 이틀만에 전화가 가설된 것이다. 20여미터나 떨어진 전주에서 인입선을 깔고 전화를 설치하는 일이었지만 신청 다음날 바로 설치되었다. 뿐만 아니었다. 전화를 가입한 다음날에는 다른 전화회사에서 출장을 나와 전화요금을 싸게 만들어준다는 장비도 무료로 설치해 주고 자기 회사 전화번호로 시외전화를 사용해 줄 것을 신신당부하고 갔다. 이씨는 『요즘 전화국이나 우체국이 눈에 띄게 친절해 졌다』던 직장동료들의 말을 실감했다. 이씨가 누린 서비스는 1백여년 통신독과점 시대를 마감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얻은 혜택의 일부분이다. 한편 이씨에게는 최근 조그만 고민거리가 생겼다. 그동안 무선호출기를 사용해온 그는 1백만원하던 핸드폰 가입 가격이 30만원대로 떨어지면서 가입의 호기로 생각했으나 시티폰 서비스가 2월부터 시작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망설이게 된 것이다. 시티폰은 가입비는 물론 사용료까지 휴대폰의 절반이하 인데다 서비스의 내용에서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사용하고 있는 무선호출기를 시티폰에 내장하면 휴대폰과 똑같은 기능을 갖출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시속 30Km이상의 속도로 이동중일 때는 사용이 어렵다는 문제점도 출퇴근길 교통정체를 감안하면 제약요건이 못될 것으로 보인다. 요즈음 소비자들사이에는 이씨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의 고민은 연말께 PCS(개인휴대통신) 서비스가 시작되면 한층 더해질 전망이다. 휴대폰, 시티폰, PCS등 일견 비슷비슷해 보이는 서비스들 중에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찾아내야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같은 고민은 불과 2∼3년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당시에도 휴대폰 서비스가 있기는 했지만 가격이 워낙 비싸 일부 부유층의 상징물 정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6월 7개 신규통신 분야에 무려 27개 업체가 새로 서비스업체로 선정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통신 서비스가 등장, 소비자들의 취향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이미 무선호출분야에서는 소비자 주권시대가 정착된지 오래다. 10개의 업체들이 경쟁체제를 벌이고 있는 무선호출서비스에서는 요금이 인하된 것는 물론 다양한 선택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실시되고 있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밖에도 소비자들은 풍성한 부대서비스를 무료로 받고 있다. 삐삐를 통해 프로야구의 결과나 그날그날의 주요 뉴스를 받아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날씨까지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파격적인 가격할인을 단행했던 휴대폰도 경쟁체제가 가져온 결과 였다. 1백만원을 호가하던 휴대폰 가입비용이 30만원대로 떨어졌다. 한국이동통신과 신세기통신은 가격인하외에도 가입자 유치를 위해 잃어버린 단말기를 찾아주는가 하면 분실했을 경우 전액 보상해 주는 보험까지 대신 들어주기도 했다. 그야말로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이들은 또 로열요금제, 비즈니스요금제 등 다양한 선택요금제를 실시해 사용자들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도 아끼지 않고 있다. 바야흐로 통신분야에서도 「소비자가 왕」인 시대가 됐다. 한국이동통신 마케팅지원본부 유재신 서비스개선팀장은 『최근 소비자들로부터 CT­2, TRS, PCS, 무선데이터 등 신규통신서비스의 차이점에 대한 질문을 해오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이들 신규통신 서비스간에 소비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서비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팀장은 특히 『각각의 신규 서비스는 나름대로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자신의 통화패턴과 지불가능한 요금수준등을 고려해 적절한 서비스를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백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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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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