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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엄숙한 분위기 속에 오전9시 공식 조문이 시작되자 검은색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향년 84세로 타계한 이 명예회장을 추모하기 위한 애도 행렬이었다. 이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방문해 고인을 애도하고 유족들과 슬픔을 나눴다. 조문 첫날 장례식장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었다. 그는 공식 조문이 시작되기도 전인 오전8시18분 빈소를 방문해 10분간 머물며 가족들을 위로했다. 그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곳에 왔다"며 "상주(이재현 CJ그룹 회장)와 친구 사이라 위로의 말을 전하러 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가고 난 뒤 각계 인사의 애도 행렬이 이어졌다. 이들은 생전 고인과 함께 한 추억을 곱씹으며 그를 가슴 깊이 새겼다. 이미경 CJ 부회장과의 인연으로 빈소를 찾았다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젊은 시절 삼성에 재직했고 당시 고인의 인품이 좋다고 들었다"는 말로 고인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홍콩 특파원 시절 고인의 장녀와 이웃집 사이였고 이후 30여년간 교류해왔다"며 그와의 인연을 회상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씨와 결혼해 삼성가와 인연을 맺은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딸인 구지은 부사장과 함께 빈소를 찾아 "젊은 시절 술·담배도 못해 재미가 없었다. 식성 좋고 인성이 좋았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이 명예회장이 지금껏 여러 인맥을 쌓아온 만큼 재계 총수는 물론 각 그룹 계열회사 대표까지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빈소를 찾았다.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와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 김신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회사 대표와 임원들도 고인을 애도했다. 이 외에도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와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안병덕 코오롱 대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 이희범 LG상사 고문(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빈소를 찾아 영정을 지키고 있는 고인의 부인 손복남 CJ그룹 고문, 차남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장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등과 슬픔을 나눴다. 다만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빈소를 지키지 못했다. 고인의 장례식은 CJ그룹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20일 오전7시, 영결식은 같은 날 오전8시 서울 중국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