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해 시화호 어떻게 할까(논쟁)

1억8천여만톤에 이르는 시화호의 썩은 물 처리를 둘러싼 환경부·건설교통부 등 정부 각 부처와 지역 주민, 환경단체간 논쟁이 뜨겁다. 최근에는 일부에서 시화호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호수의 상·중·하류를 권역별로 나눠 관리하고 일부를 매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시화호의 관리주체인 한국수자원공사측도 시화호 일부 매립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호수의 일부 매립은 시화호의 자정능력을 더욱 떨어뜨려 수질오염을 악화시킬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화호의 매립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찬·반 양론을 소개한다.<편집자주>◎매립하자/물사용포기 친수공간 활용해야/악화된 수질 호수규모 줄이면 개선 큰도움/국가경제·삶의 질 향상 기여도도 고려필요/이상일 동국대 토목공학과 교수 지난 94년 방조제 공사가 완료된 시화호는 바닷물이 드나들지 못하게 되고 안산시를 중심으로 한 도시인구, 반월공단 및 시화공단의 입주업체, 그리고 농촌지역의 사육 가축 두수가 급격히 증가하여 유역으로부터 유입된 오염물질이 호수내에 축적됨으로써 수질 악화가 진행되어 왔다. ○오염물질 유입증가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그동안 수 차례 지적되어 온 바와 같이 주변 지역에 하수처리장을 비롯한 환경기초시설을 미리 완비하지 못한 정부의 환경에 대한 무관심과 준비 부족에 책임의 많은 부분이 있다는 점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그 원인과 책임 소재의 규명보다는 앞으로 시화호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혹자는 방조제를 없애버리고 원래의 상태로 복원시켜야 한다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기도 하고 또 다른 측에서는 정부에서 발표한 중장기 대책들이 차질 없이 실행될 때까지 기다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시화호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우리는 잠시 시야를 시화호 밖으로 돌려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나라에는 시화호 외에도 아산호·영산호 등 바다를 막아 담수호를 조성한 지역이 20여 곳 가까이 존재한다. 수질 상황도 시화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호수들이 국가 경제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바를 생각할 때 이들을 무조건 용도폐기할 수는 없다. ○설계시공 아직 미숙 호수 수질악화의 문제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경험한 문제로 성공적으로 수질을 되살린 사례도 허다하다. 문제는 과학적 접근에 의한 해결책의 모색과 꾸준한 노력을 기울일 자세가 되어 있는가의 여부에 있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 시화호와 유사한 카수미가우라호를 되살리려는 노력을 20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도 시화호를 되살리는데는 부족하다. 현재 추진중인 「맑은물 공급대책」의 예에서도 보듯이 아직 우리는 성공적인 수질문제 해결의 경험을 그리 많이 갖고 있지 못하다. 이 분야의 계획·설계·시공 등이 아직 미숙한 탓이다. 시화호를 위한 정부대책이라는 것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수립되었기 때문에 과연 충분한지 또는 타당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 검토해 보아야 할 점이 많다. 따라서 무릇 모든 대책이 그러하듯 시화호 수질회복대책도 계속적인 관찰과 보완이 필요하다. ○4급수 유지도 의문 필자의 견해로는 현재 계획·진행되는 대책들(대부분 호수 외부대책)은 물론 차질 없이 수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더라도 처리되어 유입되는 맑은 물의 양이 시화호 내에 정체되어 있는 물의 양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 따라서 물을 희석시키는 작용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당초 계획처럼 아직도 시화호 전체의 물을 4급수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가도 의문이다. 20년 전 계획할 당시와는 사회여건이 크게 달라져 그럴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물리적으로나 수요공급의 차원에서나 호수 규모의 축소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시화호의 축소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 첫째는 시화호 내에 수중보를 설치해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눔으로써 필요한 부분만 집중관리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시화호를 일부 매립해서 하천처럼 물이 흘러가는 수로 형태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국민들 노력도 중요 매립안의 경우 물의 사용은 포기하고 치수 및 친수공간으로의 기능만을 담당하게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두 방법이 갖는 수질회복 측면에서의 장점은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이러한 안이 또다른 환경훼손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점은 사전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매립의 경우 내륙과 근해의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서 먼바다의 준설토를 이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봄직하다. 시화호를 살리기 위한 국민들의 노력도 중요하다. 비만 오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불법 오염물 폐기나 오폐수 방류는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도 여지없이 무력하게 만들고 만다는 점을 인식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이 역사적 실험에 동참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약력 ▲60년 서울 출생 ▲서울대 공대 ▲미 스탠포드대 공학박사 ▲전 KIST연구원 ▲전 충북대 연구교수 ◎원상복구/일부매립은 자정능력상실 여전/죽음의 호수뻔해 아예 개펄로 되돌려놔야/경제발전위한 각종 환경파괴 방치 안될말/최예용 환경운동연합 조사팀 국장 『천만에요. 시화호는 여전히 썩은 물 그대로예요』 지난달 말 필자가 시화호를 방문했을때 대부도 방아머리의 지역주민이 흥분한 어조로 한 말이다. 실제로 시화호 전역을 둘러본 결과 배수갑문을 열어 바다물을 들여보내고 내보낼 때 시화호의 썩은 물과 바닷물이 명확히 구분되고 있었으며 오히려 안쪽은 악취와 거품으로 이전보다 더욱 심각해 보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물이 빠지면서 안쪽으로 드러난 넓은 개펄이 죽어 하얗게 염기를 드러내고 있는 점이다. 그너머로는 여전히 대부도 일대의 산을 깎아내는 공사가 진행돼 시화호의 썩은물과 개펄의 죽음, 그리고 인근의 산림과 야산이 뻘겋게 깎여 나가는 그야말로 대규모 생태계파괴의 극단적인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시화호문제가 대두되어 언론과 많은 국민들이 지탄을 할 때 우리는 「수자원공사 등 관련 정부기관이 왜 이런 무모한 개발을 추진했는가」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현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결국 바다를 막고 개펄을 매립해서 땅장사를 하려는 것이라고 단정했었다. 누가봐도 가능하지 않은 담수화를 시도한 것은 처음부터 매립을 염두에 두고 필요한 수순을 밟으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수질을 개선해 보려 했지만 잘 안되더라, 수천억원을 투자해 만든 방조제를 이용해야 할 것 아니냐. 어차피 썩은 걸 어떻게 하겠느냐. 차리리 매립해서 부족한 공단과 주거부지로 사용하자. 시화호문제의 차선책은 매립이다.』 이것이 수자원공사가 내세우는 논리요 그들의 답이다. 우리는 수자원공사와 농어촌진흥공사가 그동안 수행한 대규모 매립사업을 통해 쉽게 그들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다. 시화호 문제는 썩은 물의 수질문제로 현상화 했지만 본질은 해양생태계인 개펄파괴 문제다. 우리와 유사한 조건을 가진 독일 등에서는 개펄의 경제적 생태적 가치를 깨닫고 원상태로 복원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고 더 이상 개발로 인한 파괴를 막기 위해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시화호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단호해야 한다. 그동안 경제적 발전을 위해 희생해온 환경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뒤늦은 깨달음을 시화호문제를 통해 해결하는데 모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시화호를 원래 자연상태로 되돌려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12㎞에 달하는 방조제를 제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는 그동안 매립하는 기술과 경험만을 갖고 있었다. 이제 파괴된 환경을 회복시키고 개펄을 되살리는 기술을 익혀야 할 때다. 방조제 제거가 어렵다면 배수갑문을 추가로 설치하든지 기존의 배수갑문 용량을 늘리기라도 해야 한다. 또 매립이라는 임시방편적인 방안보다는 오염의 근원인 공업·생활·축산하수의 유입을 막을 수 있도록 하수처리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4천여만평에 이르는 2단계지구도 공단·택지지구 등으로 개발하기 보다는 환경친화적인 단지로 조성해야 한다. 우리는 시화호를 원래의 자연상태로 되돌리는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너나 없이 환경이 중요성을 이야기 하지만 여전히 여기저기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이때 국민모두의 뜻을 모아 시화호 문제를 생명수호의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것이다. 물론 시화호를 원상태로 돌려놓는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우선 정부는 담수화를 포기하고 잘못된 정책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또 파괴되고 오염된 자연을 복구하는 상징으로 선언하고 국민 모두의 관심과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먼저 개펄을 되살리고 방조제는 조력발전소 등의 환경친화적인 시설을 설치해 국민환경교육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실패를 교훈으로 삼을 줄 아는 한국인의 힘을 기대한다. 말뿐이 아닌 실천적인 환경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약력 ▲65년 서울 출생 ▲서울대 공대 ▲공해추방운동연 사무차장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환경운동연합 조직국장 ◎시화호지구개발 사업/94년완공 여의도 58배 담수량 1억8천만톤/최근 담수화·2단계 농지·택지개발 백지화 시화호 오염은 환경을 무시한 개발지상주의 정책이 낳은 대표적 실패사례다. 지난 87년 착공돼 94년1월 완공된 시화호 방조제는 총연장 12.67㎞로 네덜란드의 주다지방조제(30㎞)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긴 방조제다. 이 공사로 서울 여의도면적의 58배인 17만3천정보(5천1백90만평)의 간척지가 생기고 대청댐 담수량의 1.2배인 1억8천만톤의 수자원을 확보되는 등 이 일대 주민들에게는 「장미빛 꿈」과도 같은 대역사였다. 그러나 이같은 꿈은 시화호의 물이 썩어들어가면서 깨지고 말았다. 반월·시화공단, 안산시, 인근지역 등에서 처리되지 않은 채 방류된 오·폐수로 시화호는 물고기조차 살 수 없는 「죽음의 물」로 변한 것이다. 정부는 시화호 수질개선을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별무대책이다. 시화호 인근지역에서 유입되는 공업·생활 오폐수의 처리가 불가능한데다 건설교통부·환경부·해양수산부 등 각 부처간 이해가 엇갈려 일관된 대책없이 방치된 상태다. 결국 최근 정부는 시화호의 담수화 계획을 포기, 바닷물로 채우기로 했다. 이에따라 3차국토개발계획에 포함돼 있던 3천7백만∼4천2백만평 규모의 농업·주거단지를 조성하려던 시화호2단계지구 개발사업도 백지화됐다. 시화호 오염이 심각한 상황에서 2단계지구를 농업용지와 택지 등으로 개발할 경우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2단계지구 개발은 4차국토개발계획이 확정된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정두환 기자> ◎시화호 일지 ▲87.6 시화호지구 사업 착공 ▲94.2 시화호 방조제 완공(방조제 12.67㎞, 담수량 1억8천만톤) ▲96.10 해양수산부, 시화호 항만개발 추진 ▲96.10.11 국회,농어촌진흥공사·수자원공사의 2백88회에 걸친 시화호 물 11억톤 방류사실 지적. ▲96.10.22 건교·환경부 반대로 시화호 항만개발 백지화 ▲96.11.3 감사원, 시화호 오염 18개 업체 고발, 공무원 14명 징계요구 ▲96.11.19 시화호 인근 어민 10명, 시화호 무단방류금지가처분신청. ▲97.3.11 수자원공사 시화호 물 5백만톤 방류 ▲97.7 정부, 시화호 담수화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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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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