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콘텐츠가 블루오션] <3> 멋진 신세계를 향해

'관계 중시 한국적 문화와 원활한 기술의 만남'<br>싸이월드·리니지·지식iN서비스 등 폭발적 인기<br>컬러링은 들려주는 음악으로 발상바꿔 대히트


흔히 어떤 콘텐츠가 뜰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神)만이 안다”는 말을 자주 한다. 산업의 특성상 기술과 내용이 동시에 충족되지 않으면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술은 뛰어나더라도 사람들이 콘텐츠에서 만족을 얻지 못한다면 철저하게 외면당한다. 오히려 기술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내용이 우수해 성공한 경우도 많다.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콘텐츠로는 컬러링ㆍ미니홈피ㆍ지식inㆍ리니지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콘텐츠를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큰 성공을 거둔 콘텐츠는 사용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이용자들이 서로 관계를 맺어가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람들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한국적인 문화와 이를 원활하게 해주는 기술이 만나 콘텐츠의 성공을 이끌었다는 뜻이다. ◇인간관계도 콘텐츠=싸이월드는 실생활에서 구축되는 인맥을 콘텐츠로 구현해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현재 싸이월드 가입자는 1,700만명에 이를 정도로 큰 히트를 쳤다. 지난 2000년대 초 다음ㆍ프리챌 등 커뮤니티 포털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 싸이월드는 커뮤니티보다 더 개인화된 인간관계에 주목했다. 싸이월드에 ‘일촌’이라는 지인(知人) 커뮤니티 개념을 도입하고 일촌간의 소통공간으로 미니홈피를 제공한 것. 천운도 맞아떨어졌다. 디지털카메라가 빠르게 대중화되면서 싸이월드의 인기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생생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일촌들이 여기에 반응을 보이는 ‘싸이질’과 이를 즐기는 ‘싸이폐인’들이 인터넷을 점령하게 된 것이다. 싸이월드의 성공은 배경음악과 배경화면(스킨)과 같은 다양한 2차 콘텐츠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현재 싸이월드에서 사람들이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해 지불하는 금액은 하루 평균 3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억원은 배경음악 구입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들려주는 음악으로 발상 전환=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에서도 만족감을 느낀다. SKT가 2002년 처음으로 시작한 ‘컬러링’ 서비스는 들려주는 음악도 시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컬러링을 제공하려면 통신 교환기를 모두 바꿔야 할 만큼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음악이 듣는 것뿐 아니라 들려주는 데서도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컬러링 상품기획을 담당했던 SKT의 관계자는 “안내와 인사를 중시하는 우리의 정서에도 잘 맞는 서비스인데다 통화연결음을 설정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빠르게 대중화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현재 이동통신 3사에서 컬러링서비스(KTF 링투유, LGT 필링)를 이용하는 고객은 1,400만명이며 한달 평균 460만건의 음원이 판매되고 있다. ◇궁금해? 지식in에 물어봐=이제 청담동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찾아볼 필요가 없다. 네이버에서 ‘지식인에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는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질문하면 다른 사용자들이 여기에 답을 제공하면서 콘텐츠를 쌓아가고 있다. 이제는 한국형 검색의 표준으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우리 말로 작성된 웹문서가 턱없이 부족한 국내 인터넷 환경에서 네이버는 2002년 말 이용자들이 다른 이용자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네티즌끼리 묻고 답하는 지식서비스가 있었지만 검색과 분리된 탓에 빛을 보지 못했다. 반면 지식in은 검색과 연동되면서 네이버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박소연 네이버 지식인팀장은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비슷하다”면서 “서로가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는 동질성이 사용자들을 묶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궁금증을 올리는 사람과 이에 답하는 사람, 그리고 그 결과를 검색하는 사람이라는 3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져 지식인서비스가 대성공을 거뒀다는 것. 현재 지식인에 올라온 질문과 답변은 모두 4,300만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질문 4만여건과 이에 대한 답변 6만여건이 올라오고 있다. ◇리니지는 커뮤니티가 어우러진 게임=리니지가 게임시장에 첫 선을 보인 것은 98년. 리니지는 신일숙의 동명 원작만화를 게임으로 만들어 초반부터 많은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데다 당시로는 상상을 초월한 화려한 그래픽, 쉬운 조작법 등으로 엄청난 성공담을 만들어냈다. 명의도용이나 폭력성, 아이템 현금거래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있다. 바로 ‘혈맹(血盟)’이라고 하는 리니지만의 커뮤니티 시스템이다.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게이머들이 혈맹이라는 깃발 아래 게임을 즐기고 있다. 같은 혈맹들은 공동전선을 펼치기도 하고 때로는 적대적인 관계를 맺기도 하는 등 다양한 관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게 리니지의 최대 매력이다. 게다가 최고급 몬스터인 ‘드래곤’을 사냥하기 위해 수천명이 한꺼번에 공동전선을 펼치는 등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하다. 경쟁작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경우 고급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 동참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 40명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해보면 커뮤니티의 차이가 확실히 드러난다. 리니지와 리니지2에는 항상 27만명 정도가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엔씨소프트가 두 게임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매달 200억원에 달한다. /특별취재팀=정구영차장(팀장)·정승량·한영일·권경희·최광기자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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