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을 크게 늘린 반면 서울시가 추진 중인 투자형사업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 무상급식의 경우 의회는 예산을 감액만 할 뿐 증액할 수 없어 서울시의 반대 입장을 고려할 때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의회는 23일 개별 상임위원회별로 예산안을 심의한 결과 서울시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 20조6,107억원 중 '토목건축ㆍ전시ㆍ홍보성' 예산 3,084억원을 삭감하고 이 가운데 2,511억원을 '서민복지ㆍ교육ㆍ일자리' 사업에 증액시켰다고 발표했다. 순감액은 573억원이다.
서울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이날 서울시의 내년 예산안 심의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 695억원을 증액했다. 시의회는 서울시가 695억원을 지원하면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의회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예산지원이 없더라도 서울시교육청과 자치구 예산으로 초등학교 3~4개 학년에 대해서는 무상급식이 가능하다"며 "무상급식 증액규모는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시의회는 예산안을 삭감만 할 수 있을 뿐 증액은 할 수 없다"며 "본회의에서 의결한다고 하더라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시의회에서 통과시킨 무상급식 조례가 서울시장에게 급식지원을 강제하는 등 위법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며 재의를 요구한 상태이며 법원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의회는 서해뱃길사업 예산 752억원도 전액 삭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서해뱃길사업은 4년 이상 준비해온 것으로 그동안 286억원이 투자됐다"며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 사업중단이 불가피하고 경인아라뱃길 개통 이후 한강으로 진입해 오는 선박의 안전까지 위협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시의회는 한강예술섬 예산 406억원도 전액 삭감했다. 서울시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과다하게 투자형사업을 벌일 경우 재정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한강예술섬 사업에 이미 534억원이 투입돼 원활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예산이 전액 삭감된다면 추가 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의회는 서울시의 해외 마케팅 비용도 137억원 삭감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외국 스포츠 마케팅 비용 31억원과 외국 TV광고 비용 79억원을 포함해 해외 홍보비용을 기존 233억원에서 137억원 줄어든 96억원으로 책정했다.
시의회는 또 서울시가 4급 과장 208명에게 10년간 지급해온 연 7억원의 업무추진비를 없애고 서울시와 정부ㆍ민간이 참여해 모태펀드를 조성하는 바이오메디컬펀드 투자비용 225억원도 삭감했다.
서울시가 투자형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서울시의회는 본회의에서 예산삭감을 의결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