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동십자각] 20세기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

산업부 李康逢차장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소피의 세계」의 저자인 노르웨이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는 20세기를 가장 끔찍했던 세기라고 평가했다. 21세기로 들어서기 직전인 지금 한국 사회가 버리고가야 할 가장 끔찍했던 모습은 무엇일까. 국내 역사학자들이 모여 만드는 계간 「역사비평」 여름호는 최근 「20세기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란 주제로 10가지 유형을 모아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분석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가족이기주의」다. 가족중심의 이기주의는 공동체로서의 사회 공익은 도외시한 채 개인의 물질적인 이익만을 중시해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인 개개인의 시민의식을 마비시킨다고 보았다. 「기회주의」적 행태도 지적대상이다. 권력에 영합하는 등 개인의 이익 챙기기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데 이같은 기회주의자들은 많으면 많을 수록 사회에 해악이 되기 때문에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계의 「기복주의 신앙」 풍조도 부끄러운 자화상으로 지목됐다. 한국의 종교인이 3,0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복주의 신앙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오히려 종교간의 갈등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는 특정 종교에 따른 정부부처의 파행인사까지 심심찮게 벌어진 바 있는데 그 결과 신성해야 할 종교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인생의 가치에 있어서 재물을 무조건 중시하는 「물신숭배」 경향, 한국인이면 누구나 걱정하는 「지역연고주의」 등도 빼놓을 수 없는 한국인의 부끄러운 자화상으로 지목됐다. 최근 벌어진 「옷뇌물 파동」을 보면 이같은 한국인의 부끄러운 모습이 한데 모여 끔찍한 작품을 만들어낸 모습이다. 개인만 잘 살면 만사 OK라는 보이지않는 생각들이 그릇된 사회적인 정의·종교관 등과 결합, 온갖 잘못을 저질러오다 우연한 기회에 들통이 난 것이다. 검찰의 수습(?)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별개의 문제다. 주인공들이 법으로는 어떻게 하기어려운 총체적인 양심의 마비상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옷 사건에 대해 분개하고 있는 것은 사건 당사자들의 잘못에 기인하는 것이겠지만 어찌 보면 그같은 관행에 물들어 있는 자신을 탓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너나할 것없이 어쩌다 그 지경까지 됐느냐는 자포자기의 심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극복한 한국 경제에 대해 해외 주요 인사들의 칭찬이 잇따르고 있다. 극복할 수 없었을 것만 같은 외환위기를 어쩌면 그렇게 빨리 극복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 공통적인 견해다. 그러나 한국의 개혁작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감지해야 한다. 근본적인 정신의 개혁이 없을 때 선진국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또 다른 IMF사태가 기다리고 있다는 뼈있는 지적들이다. 다가오는 21세기는 지금과 같은 부끄러운 모습들을 다시 보지않도록 사회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하루빨리 보고싶다. AAC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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