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생활속 예술 꿈꾸는 발레


세계 발레 역사를 약 900년 정도로 볼 때 후발주자인 대한민국의 발레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질적 향상을 이뤘다. 구한 말인 1900년 러시아공사관에서 '서양춤'이라는 것이 처음 소개된 뒤 발레 불모지에 씨앗을 뿌려주신 선배들의 노력 위에 지난 30~40년 동안은 춤을 잘 추는 무용가를 키우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연아ㆍ손연재급 무용스타를 만들어내고자 실기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에서 1등 기능인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온 결과 국내는 물론 해외발레단에서도 멋진 활약을 하고 있는 발레리나ㆍ발레리노들이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 분발해야 될 부분이 많다.


해마다 200명이 넘게 배출되는 발레전공 졸업생들이 전국에 단 네 곳뿐인 프로 발레단에 입단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000 발레단'이라는 이름을 걸고 연간 진행되는 공연이 많이 있지만 직업 발레단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전국에 프로 발레단이 네 군데가 아니라 14개, 40개 단체로 늘어날 수 있다면 발레리나ㆍ발레리노뿐만 아니라 우수한 안무가ㆍ단장ㆍ예술감독ㆍ지도위원ㆍ기술감독ㆍ제작감독, 기획ㆍ홍보ㆍ마케팅 등 무용기획 전문인력도 함께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늘어날 수 있으니 일석다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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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다양한 국고나 지원금을 받아 신작들이 무대에 올라가는 것을 본다. 하지만 시스템을 갖춘 프로단체가 아닌 개인이나 프로젝트팀 공연의 대부분은 공연이 끝나면 많은 제작비를 들여 만든 의상ㆍ세트는 물론 여기저기서 급조한 무용수들이 뿔뿔이 흩어지다 보니 일회성 공연으로 막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정성을 다해 만든 작품이 레퍼토리로 남아 지속적으로 발전되고 더 많은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된다면 무용도 연극이나 뮤지컬처럼 장기공연을 통해 투자한 제작비 그 이상의 티켓 판매와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이는 여러 단체 및 개인 혹은 프로젝트팀이 협업을 통해 함께 작품을 만들어낸다면 풀어야 할 문제 중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에게 언어가 생기기 전부터 소통의 수단으로 만들어진 춤은 보여주고 보기 위한 춤이 아니라 그야말로 생활 속의 춤이었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우리의 시군구를 대표하는 크고 작은 프로 발레단들이 각기 다양한 프로그램과 특색 있는 공연을 기획해 직업창출은 물론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공생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발레공연이 지역 주민의 건강과 소통을 챙겨주면 지역 주민은 공연 단체의 홍보와 마케팅을 도와주는 선순환 구조도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댄스 열풍이 불고 있고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몸과 움직임, 춤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런 프로그램뿐 아니라 개인이나 단체의 발전을 통해 발레의 영역을 넓히고 많은 기회들을 만들어냄으로써 생활 속에 발레라는 장르의 예술이 꽃피울 수 있도록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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