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믿음과 신뢰의 조직학/홍관의 동부건설사장(로터리)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개인의 판단은 항상 잘못될 수 있는 것이며 아무리 훌륭한 인격을 지닌 사람도 한 순간에 유혹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실 조직이라는 것의 생리 자체가 이미 인간의 이러한 나약함과 한계를 전제하고 있다. 특히 날카로운 경쟁세계의 기업에 있어 개인의 미숙한 판단이나 어리석음이 초래할 수 있는 손실이나 위험은 치명적일 수 있다.따라서 기업조직은 본능적으로 견제하고 통제하며 각종 규정을 만들어 세심하게 관리하려 한다. 이러한 조직의 통제와 관리기능은 조직이 복잡해지고 커질수록 비례적으로 증대하려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오늘날의 기업환경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탄력적인 조직을 요구하는데 조직은 오히려 거꾸로 경직되고 관료화하며 비대화하는 역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 모든 기업이 안고 있는 공통의 고민이다. BPR, 다운사이징 등 조직경량화를 위한 각종의 앞섰다는 경영기법들이 유행했고 회사마다 묘안을 짜내 대책을 강구하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만약 우리가 서로를 신뢰한다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아마 현재의 일과 조직을 대폭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이란 결국 사람이다. 조직이 경직되어 있다는 말은 결국 조직내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경직되어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서로 믿지 못하는 인간관계에서 적정한 권한위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불신하는 사람 사이의 일처리는 매우 까다롭고 한층 수고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일 자체보다는 감사에 대비한 서류작성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소비하고, 지나치게 구체적이어서 이미 비현실적이 되어버린 회사규정에 얽매여 신속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서로 불신한 결과가 아닐까. 질책과 책임전가가 만연하는 풍토에서는 아무리 완벽한 전략과 시스템도 소용없다. 새로운 전략과 비전의 제시가 단지 새로운 통제와 감시의 일거리만 늘리는 결과가 되고 있지는 않는가. 이제 믿음과 신뢰의 조직학이 필요하다.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기업문화가 기업경쟁력의 핵심인 시대가 되고 있다. 일일이 지시하고 명령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공유한 목표와 가치관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조직, 일과 정보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믿음과 신뢰의 시스템을 추구해야 하겠다. 불신의 코스트는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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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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