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하이닉스株 '폭탄돌리기'

요즘 여의도 증권가의 최대 화두는 하이닉스반도체다. 하이닉스는 한때 고사위기에 몰리면서 주가도 '껌?'이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나돌았지만 최근 잇따른 호재(?)성 재료를 앞세워 연일 상한가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200원짜리 주가가 일주일새 두 배로 불어났으니 싼값에 덤벼든 투자자들은 짭짤한 수익을 챙겼을 만하다. 이 바람에 하루 거래량도 무려 10억주를 넘나들 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 상황에서 하이닉스주 거래는 바로 '폭탄 돌리기'라는 숱한 애널리스트들의 경고도 시장에선 전혀 먹혀 들어가지 않고 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개미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사실 꼼꼼히 따져보면 하이닉스 주가가 고공비행을 지속할 만큼 펀더멘털이 개선된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하이닉스 강세에 불을 지핀 것은 소액 주주의 차등 감자설이다. 하지만 이는 소액주주의 일방적인 희망사항이지 채권단이 결정할 사항도 아니다. 이런 판국에 산업자원부장관까지 직접 나서 독자 생존론을 역설하자 멋모르는 투자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퍼부어댄 격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가격 상승을 전제로 한 독자생존론은 지나치게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정책 당국의 안이한 상황인식이 자칫 잘못하면 투자자들에게 엉뚱한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2ㆍ4분기부터 다시 적자의 수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3분기에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위험도 경고하고 있다. 더욱이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다면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35억주의 물량도 언제든지 매물로 쏟아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채권단만 가만히 앉아서 배 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정책당국의 무책임한 인식과 투자의 기본을 무시한 투자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낸 하이닉스는 우리 증시의 왜곡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김상용<증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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