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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웅대한 세력을 펴겠다는 포석

제1보(1∼12)<br>○이세돌 9단 ●시에허 8단 <제8회 춘란배 결승3번기 제2국>



전야제 석상에서 이세돌은 말했다. "이번 대결은 제가 불리할 것입니다. 아마 4대6 정도로 제가 열세일 겁니다."(이세돌) 중국측 실무진들은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상대전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시에허가 이번에도 멋지게 이길 것이라고 믿는 눈치였다. 그런데 제1국에서 이세돌이 불계로 이겨버렸다. 여간해서는 역전패를 당하지 않는 시에허가 유리했던 바둑을 마치 최면술에라도 걸린 듯이 무력하게 내주었다. 제2국을 두기 위해 대국장에 들어서는 시에허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보였다. 흑5로 눈목자굳힘을 한 것이 서반의 이채였다. 이 수는 얼핏 보기에 다소 허술해 보이지만 깊은 뜻을 지니고 있다. 실제상황으로 반상에 펼쳐진 백6 이하 흑11이 시에허의 야심적인 포석 구상이다. 시에허의 주문은 백더러 참고도1의 백1에 받아달라는 것. 그것이면 흑은 2에서 6까지 웅대한 세력을 펼칠 작정이다. 그것을 간파한 이세돌이 백12로 반발했다. 흑은 어떻게 응수하는 것이 최선일까. 참고도2의 흑1 이하 백8까지 예전에는 이렇게 둔 실전보도 가끔 출현했지만 이것은 흑의 불만이라는 결론이 났다.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4층에는 10여명의 학구파 고수들이 모여들었다. "이세돌은 오늘 아예 끝낼 각오일 겁니다. 끈끈한 상대는 빨리 뿌리치는 게 상책이니까요."(윤현석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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