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청동으로 빚어낸 자연의 생명력

청동으로 빚어낸 자연의 생명력이영학 '청동과 돌'展 내달 7일까지 브론즈로 천연의 돌 사실적 연출...'기교와 자연' '있음과 없음' 통합시도 조각가 이영학(52)씨가 예술을 하는 이유는 그저 그의 작품을 보면 된다. 명쾌하기 이를데 없는 이영학의 작품은 부언이 부질없게 들릴만큼 아주 명료한 이미지를 던져준다. 작가는 브론즈를 이용해 천연의 돌을 연출한다. 그저 한 덩이 또는 두 덩이의 돌이 주어져 있을뿐이다. 얼핏 보면 돌 그대로인 것 같은데, 재료는 브론즈다. 마치 극사실주의적 회화 작품을 볼 때처럼 이영학의 조각작품은 돌로 만든 것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매우 사실적이다. 정교한 기교, 그러나 자연 그대로의 생명력. 그는 이 두 가지를 훌륭하게 조화시켜 놓았으니 겉으로는 질박하나 내면적으로는 현란하기 이를 데 없다. 29일 오픈해 9월 7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열리는 「청동과 돌」을 준비한 이영학은 「무제」라는 제목의 작품 45점을 선보인다. 돌 위에 얹어진 돌같은 모양의 청동 조각. 그것은 이질(異質)을 합일시키는 통합의 미덕이고, 「없음」을 준비하는 「있음」의 묘미이다. 이영학은 정교하고 집요한 그의 예술혼을 그저 우리 주변에 툭 던져진 돌처럼 만듬으로써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서울대 조소과와 대학원을 나온 이영학은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는 한편 한국,이탈리아에서 무려 14회에 이르는 개인전을 가져왔다. 그리고 1995년부터는 시카고,마이애미 등에서 열린 아트페어와 참가해왔고, 올해는 샌프란시스코 아트페어(9월 21-25일)에도 작품을 내밀어볼 생각이다. 소설가 한수산이 이영학의 작품에 대해 이런 글을 썼다. 『선택만이 있지 아무것도 가감하지 않은 원형, 그러나 그것은 어디에나 있는 돌이 아니라 이영학의 돌이다. 이 돌은 깨거나 갈거나 쪼아낸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돌을 통해 하나의 형태를 그것도 원형 혹은 원시라고 말해야 할 그 무엇을 내보일 뿐이다. 말하지도 않는다. 설득하려 하지도 않는다. 무엇을 가슴으로 전하려 하지도 않는다. 없음, 그것이다.』 이영학의 작품 세계가 원래 이랬던 것만은 아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서구적 조형어법을 예(藝)로 순화시켜 청동을 이용한 주물과 돌로서 해학적인 호랑이와 솟대, 학, 도깨비 등을 조형해 왔다. 마치 텅 빈 것같은 공(空)의 세계를 연출하는 그의 작품의 내면과 조우하면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음을 발견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이번 전시에서 풍화를 연출하면서 「무제」를 제목으로 내 건 이영학의 작품세계가 참으로 기묘하고 은근하며 언설(言說)을 넘어서는 기이한 경지를 보여준다. 문의 (02)544-8481-2. 이용웅기자YYONG@SED.CO.KR 입력시간 2000/08/29 19:20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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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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