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지방本社 시대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 몇년전 일본 산요(三洋電機)의 이우에(井植 敏) 회장을 서울에서 만났을 때 그는 지방본사(地方本社)에 대해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세계적인 대기업들을 살펴보면, 지방에 본사를 둔 제조업체들이 이익도 많이 내고 계속 성장·발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뉴욕·시카고·런던·파리·도쿄 같은 대도시에 본사를 둔 거대한 회사들이 대체로 외화내빈(外華內貧)인데 비해 시골도시의 회사들이 착실하게 커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두가지인듯 하다고 말했다. 하나는 지방본사의 톱경영자들이 새로운 유행(流行)이나 시대적 변화에 더 민감해서 발빠르게 이를 수용·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 유행이나 변화는 대도시에서 창출된다. 유행이나 변화의 한복판에서 사는 경영자들은 늘 그 속에 묻혀서 으레 그러려니 소홀한 반면, 지방도시에 사는 경영자들은 대도시에 갈때마다 새롭게 느껴져 뒤질세라 서두르게 된다는 얘기이다. 두번째는 지방본사의 책임자들이 주중에는 대도시나 여기저기 시장(市場)에 쫓아다니다가 주말이면 지방에 돌아와 단란한 가정생활로 편히 쉰다는 점이다. 대도시의 공해, 교통체증, 삭막한 주거환경, 복잡한 스트레스를 벗어나 가족과 함께 하는 행복한 전원생활이 다시 바빠지는 다음 주의 활력을 더해준다는 것이다. 이 말끝에 이우에 회장은 한국의 현실은 어떠냐고 물었다. 우리는 극도의 중앙집권체제로 모든것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에 있어야 출세도 하고, 돈도 벌고, 자식들 공부도 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뿌리 깊다. 지방이라면 뒤떨어지고 사람답게 살 수 없다는게 통념(通念)이다. 지방으로 발령나면 누구나 쫓겨가는 느낌이고, 가더라도 가족과 집은 서울에 그냥 놔둔채 잠시 다녀온다는 마음이 앞선다. 따라서 대기업의 본사도 의당 서울에 있어야만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어느 대기업에서 지방에 연구소를 세우려 계획했다가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지방에는 안간다고 해서 좌절된 일도 있었다. 연구소도 서울에, 최소 서울변두리에 있어야 우수인력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IMF사태 이후 근래 몇몇 대기업과 정부관리업체가 본사를 공장이 있는 지방으로 옮긴다는 소식이다. 서울에 있는 것보다 발전적이라는 검토보다는 경비절약의 측면에서, 특히 감원효과를 고려해서 결정되었다는 씁쓸한 뒷얘기이다. 지방으로 따라가지 않는 사람은 자동탈락이고, 공장과 본사를 합치면서 조직과 인원을 대폭 축소시킨다는 이유에서이다. 우리나라의 지방본사시대는 이렇게 시작되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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