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디지털 시맥스] <18> 빔 벤더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디지털 시맥스]빔 벤더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한계를 넘어 놀라운 이미지를 연출하는데 능숙한 빔 벤더스감독이 100% 디지털 작업으로 완성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 대해 필름으로 작업했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한 바 있다. 작업기간과 이동이 많은 점을 감안해 볼 때 Digi-베타와 DV 카메라로 촬영한 그의 선택은 탁월했다. 멤버들의 인터뷰를 편안히 끌어냄으로써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던 것도 거부감을 주지 않는 디지털 카메라의 특성때문이었다. 공연실황과 인터뷰장면을 교차해가며 음악적 환희와 살아온 인생역정을 대비시키는 영화'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쿠바에서 음악은 흐르는 강과 같았고, 영화도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한 그의 말대로 강렬하게 펼쳐지는 시원한 영상과 경쾌하고 때로는 애수에 젖은 음악의 절묘한 조화로 지난해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되는등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는 쿠바의 정치적 색채나 사회보다는 소박한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부서질 듯한 낡은 벽에 의지한 주택가, 1960년대를 연상시키는 거리, 사람들. 세월이 정지한 듯한 하바나의 모습은 장황한 설명이 없어도 쿠바를 향한 가슴 밑바닥에서 저려오는 아련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무렵 스치듯 지나가는 '칼 마르크스'글자나 도시 한 벽면에 그래피티로 낙서된 "우리에겐 꿈이 있다"를 보며, 현실에서는 잊혀졌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아직 살아있는 사회주의 혁명의 슬픈 뒷자락과 보이진 않지만 여전히 꿈틀거리는 쿠바의 살아있는 맥박을 볼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2월중 개봉. /박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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