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인터넷과 소프트웨어(SW)로 모든 것을 연결시키면서 ICT 생태계를 공고히 구축하고 있다. 문제는 플랫폼과 ICT 생태계를 선점한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면 플랫폼 경쟁에서 밀리고 도태될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정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창조경제연구실장은 "ICT 분야는 모듈화ㆍ플랫폼화, 그리고 인터넷의 확산으로 빠르게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글로벌 ICT 기업들은 국경을 넘어 세계 시장을 상대로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기만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강력하고 방대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글로벌 ICT 기업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수동적으로 대응하면 플랫폼 경쟁에서 밀려나고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면서 글로벌 ICT 기업 간 플랫폼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됐다. 초기에는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이 각각 검색과 온라인 유통, SNS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듯 보였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소셜 검색으로 구글보다 페이지뷰가 앞서자 구글이 구글플러스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맞대응했다. 애플은 음악 서비스에서 아마존과 구글의 도전을 받고 있고 아마존은 전자책 분야에서 애플과 경쟁하게 됐다.
플랫폼 경쟁은 CPND 수직통합 경쟁으로 확대됐다. 2011년 구글이 125억달러, 약 14조원에 모토로라 모바일을 인수하자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무료검색 서비스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 등 소프트웨어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던 구글이 하드웨어 업체를 인수한 것은 플랫폼에 단말기까지 모든 것을 담겠다는 선전포고였던 셈이다. 구글은 최근 달 탐사 프로젝트를 위해 마카니파워라는 벤처기업까지 사들이면서 우주로 손을 뻗치고 있다.
구글만이 아니라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한 아마존도 CPND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이다. 책에서 각종 콘텐츠를 판매하는 유통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혔고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킨들파이어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제공했다. 최근에는 '킨들폰'이라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준비 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시작한 페이스북도 자체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한 '버피(Buffy)'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글로벌 IC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돼 국내 기업들의 대응책 마련이 절박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