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사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초 기자들과 만나 "날로 늘어나는 가계대출 구조를 개혁하는 일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어느 정도 조절이 됐지만 대출구조 조정은 여전히 걱정스럽다"며 우려감을 깔았지만 특유의 자신감이 배어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은 지난달 26일 열린 동계학회 심포지엄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최근 '풍선효과'로 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데 대해 "기어(수위)만 바꿔 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수위를 조절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에서) 남은 것은 강도조절이다. 모든 대책이 완성됐고 대책의 수위, 기어만 바꿔 끼면 된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가계부채에 대한 확신을 드러내고 있지만, 실상 연초부터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상황이 워낙 좋지 않은데다 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는 풍선효과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자칫 대책을 내놓기도 전에 풍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당국 안팎에서 더 늦기 전에 2금융권 대출에 대한 '대출총량규제'를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카드사의 경우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주요 경영지표 증가율을 연간 3~5%로 묶는 규제를 적용해 자산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연체율은 상승세를 멈추지 않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총괄팀장은 "연체율이 지난해 2ㆍ4분기부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카드사가 충분한 손실흡수능력과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감시ㆍ감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카드론이 막힌 고객들이 저축은행ㆍ신용협동조합ㆍ캐피털 등으로 몰리면서 이들 기관에 대한 대출총량규제 역시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아직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종식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장은 "최근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 추세가 빨라 부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저축은행의 경우 서민층이 많이 이용하는 대출인 만큼 대출 자체를 너무 줄이기보다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는 방향으로 지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정금리대출이 연초 줄어들고 있는 데 대해서는 아직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당국은 밝히고 있다. 금융위는 고정금리ㆍ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실적에 따라 은행의 주택신용보증기금 출연료율을 차등화하는 정책이 올해부터 시행되고 고정금리대출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가 이달부터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늘어난 만큼 고정금리대출 증가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