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신용경색 되풀이 … 중국 금융관리에 '구멍'

섣부른 유동성 회수로 금리 오르자 다시 돈풀기

실물·금융 괴리 심각해 정부 금융개혁 앞당길수도


중국 금융당국이 단기유동성조작(SLO)에도 단기금리 급등세가 꺾이지 않자 24일 다시 290억위안의 유동성을 시장에 투입했다. 통화량과 물가를 바탕으로 섣부르게 유동성을 회수하다 신용경색 위기에 처하며 긴급 자금수혈에 나선 것이다.

일단 단기자금시장 지표금리인 7일 만기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가 급락하며 급한 불은 끈 상태지만 연말 자금수요 증가와 중국 금융당국의 판단 착오에 금융시장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역RP를 발행해 290억위안의 유동성을 시장에 풀었다. 인민은행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시장의 자금 유동성을 조절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지난 3일 180억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한 후 2주 연속 공개시장조작을 건너뛰었다.


인민은행이 통화량 증가를 이유로 건너뛰었던 공개시장조작에 다시 나선 것은 단기금리가 급등하며 20일까지 사흘 동안 SLO를 통해 3,000억위안을 시장에 공급했음에도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용경색 우려에 인민은행이 시장에 대규모 단기자금을 투입했지만 전일 7일물 RP 금리는 닷새 동안 두 배 이상 오른 8.94%를 기록하며 인민은행의 처방을 우습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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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단기금리 급등은 중국이 금융시장 관리 미흡으로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인민은행이 목표치를 초과한 통화증가율과 3%대에 머물고 있는 소비자물가를 고려해 유동성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시장 상황을 잘못 판단했다"며 "연말, 분기 말에 시장 자금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의 유동성을 과대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여기다 중국의 금융시장이 금융개혁을 앞두고 변화되고 있는 점을 간과한 것도 인민은행의 실책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며 금융시장도 과거 인민은행의 지시형 관리시스템보다는 시장의 움직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시장의 자금수요가 몰리는 상황에서 금리가 7일 미만 단기 유동성 공급만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내부에서는 이번 신용경색 상황이 6월과 같이 심각한 수준까지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일깨워 금리자유화 등의 시간표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했다. 웨이펑춘 보세라자산관리 대표는 "미국의 출구전략이 중국 내 계절적인 요인과 맞물려 당분간 단기금리가 급등하겠지만 인민은행이 긴축적인 통화기조를 바꾸지 않는 선에서 남은 카드를 다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내세울 것은 금융개혁 방안을 빠르게 진행시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궈톈융 중앙재경대 은행연구센터 주임은 "신용경색의 원인은 실물경제와 금융경제가 서로 이탈하는 문제"라며 "고수익 이재상품, 그림자금융 등으로 구성된 금융기관의 포트폴리오로는 거짓 신용경색을 유발시켜 돈이 필요한 제조업에는 돈이 흐르지 않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궈 주임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은행의 대출구조를 최적화하고 금융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한 만큼 서둘러 예금이자의 자율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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