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允枝(소설가)죽음이 우리의 삶 속에 종이 한 장의 부피와 무게로 어느 날 불쑥 다가오는 것을 우리는 종종 경험하곤 한다. 그것이 피를 나눈 혈육의 죽음과 맞닥뜨렸을 때엔 그 부피와 무게는 가벼움을 넘어 허망함까지 안겨준다.
그 허망함을 부채질하는 것은 유족들의 슬픔과 약한 마음을 이용해서 물욕을 채우려는 사람들의 파렴치한 행동이다.
죽음이란 삶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죽은 자의 몸을 씻기고 수의를 입히고 장지로 인도하고 매장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의식엔 대체로 죽은 자에 대한 성실성과 예의를 엿볼 수가 없다. 이제, 아니 조금 전까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갖고 있었지만 유명을 달리하여 죽은 자가 되었을 때엔 폐기처분해야 할 대상으로 전략시켜버리는 것에 닳고닳은 직업적 타성 때문이라고 단순히 이해하기엔 죽음은 우리의 삶 속에 너무도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죽은 자에 대한 진지함과 성실성은 삶을 모독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땅히 갖춰야 할 자세이다.
장의사를 비롯한 장례 일에 관여하는 사람들을 천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죽은 자를 대하는 그들의 마음가짐을 그렇게 만들어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죽음을 맞은 당사자와 유족에게 있어 진실하고 성실한 장의사를 만나는 일은 참으로 크나큰 행운이 아닐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장례문화는 흔탁해져 있다.
장의사는 참으로 좋은 직업이다. 종교지도자에 못지않을 만큼 실질적인 의미에서 거룩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 사회를 위해 참으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긍지를 갖게 하는 것은 우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죽은 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못하는 사회란 근본적으로 삶에 대해서도 진지함과 성실성을 잃은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