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보험인의 얘기이다. 그에게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은 의사나 목회자보다 더 보람 있는 직업이다. 왜냐하면 의사는 산 사람의 육체를 건강하게 하고 목회자는 산 사람의 영혼을 건강하게 하지만, 보험설계사는 산 사람은 물론 그가 죽은 뒤에도 그 가족의 재정을 건강하게 지켜줄 수 있는 보람된 직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를 요즘에는 재정설계사라고 부른다. 은행ㆍ보험ㆍ증권의 영역이 좁혀지면서 보험을 비롯한 금융 분야의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그들이 고객의 현 자산구조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재정 설계해줄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재정설계사들은 결혼, 내 집 마련, 자녀 대학 교육, 은퇴 대비자금 마련 등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필요한 자금을 고객이 효과적으로 마련할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소득세 절세나 자산 운용, 나아가 리스크 관리까지 상담할 정도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당연히 그에 따른 고소득과 비교적 자유로운 일과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유망 직업으로 인기가 높다.
동북아의 금융 허브를 지향하는 한국에서도 금융산업 발전과 함께 고객에게 개별 상담과 개별 서비스를 제공하며 금융자산을 키워주는 재정설계사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이나 현금 보유에 치우쳤던 개인의 자산구조가 점차 적립식펀드나 변액보험 같은 금융자산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재정설계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고객이 자신은 물론 자신의 가족을 재정적으로 지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고 그에 대비하도록 돕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삶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역할이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다. 고객의 금융자산을 진단ㆍ설계ㆍ관리할 실력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또한 급변하는 시장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수십년을 고객과 함께 간다는 투철한 고객 중심의 사고와 사명 의식, 그리고 철저한 윤리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 때문에 앞선 외국 생명보험사에서는 선진 금융 기법과 철저한 영업 윤리로 무장된 재정설계사들을 양성하고 재교육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자격증을 획득한 실력 있는 재정설계사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고객과 그 가족의 재정적 자유를 위한다는 보람으로 일하는 재정설계사가 많아질 때 선진 금융 한국의 미래가 그만큼 앞당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