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10·19 금융 안정대책] 원화 자금시장 대책·약발은

韓銀 사실상 돈 찍어내 자금줄 넓혀<br>CP거래 중단·대기업 화의說등 상황 악화에<br>결국 국채 직매입등 공개시장 조작 카드 꺼내<br>"위기 극복엔 한계" 금리인하등 추가조치 기대


금융권과 기업들이 연일 원화 자금 부족에 아우성을 치자 한국은행이 결국 1단계 원화공급 카드를 커냈다. 한은은 국채매입과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통화안정증권 중도상환 등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풀기로 했다. 사실상 돈을 새롭게 찍어 원화 자금의 파이프라인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달러 가뭄만큼 시급했던 원화 부족=시중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최근 “은행채는 물론이고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산금채도 거의 소화가 되지 않는다”며 “은행은 물론이고 기업들에 자금이 가지 않아 고사 직전”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로 기업이 단기자금을 조달할 때 주로 이용하는 기업어음(CP) 거래는 이미 중단되다시피 했고 일부 대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명동 사채시장을 찾을 만큼 원화 유동성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대기업들마저도 업황이 악화돼 한 대기업의 화의신청설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위험이 높아지는 기업대출을 더욱 기피했다. 은행권의 중기대출은 지난 1∼7월 월평균 5조9,000억원이었으나 9월에는 2조9,000억원 등으로 줄었다. 특히 시중은행의 중기대출 비중은 7월 87.4%에서 9월 62.1%로 떨어졌다. ◇한은, 국채 매입 등 공개 시장조작 나서=이처럼 자금난으로 정상적인 기업조차 부도위험을 호소하면서 한은은 RP 매입, 국채 직매입, 통안증권 중도상환 등 공개 시장조작을 통해 필요한 원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기로 했다. 공개 시장조작은 단기 금융시장이나 채권시장과 같은 공개시장에서 금융기관을 상대로 국ㆍ공채 등 유가증권을 사고팔아 금융기관과 민간의 자금사정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유동성을 조절하는 중앙은행의 정책 수단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은이 돈을 찍어 시중 채권을 매입하면 통화증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국채, RP, 통안증권 중도상황) 규모를 미리 정해놓지 않고 금융시장의 자금사정을 조절하는 것은 그때그때 사정에 따른다”며 “원화 유동성 부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약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2단계 조치 이어질 듯=그러나 정부와 한국은행의 이번 조치는 위기상황을 넘기기 위한 ‘링거 주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총액한도 대출금리 인하 등 2단계 조치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은행의 지급준비율과 기준금리를 낮춰 유동성이 확보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은이 은행에 충분히 자금을 풀더라도 은행의 자금공급이 제때 기업과 가계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어 정부가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으로 한은의 통화증발 조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독(毒)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책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소득이 그동안의 경상수지 흑자 등에 의해 만들어져 미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적다고 하지만 현재의 통화증발 속도대로라면 상당한 물가상승 압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통화정책에서 물가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경기나 대외균형 등도 모두 봐가면서 운용해야 한다”고 말해 시급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물가상승 우려는 일단 후순위로 밀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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