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증시 거품빠질만큼 빠져 바닥근접"

[특별인터뷰] 브루스 스타인버그 메릴린치 수석이코노미스트뉴욕 증시가 올 하반기 들어 폭락세를 거듭하고, 미국 경제가 또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최대 증권회사인 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뉴욕 증시는 거의 저점에 가까워왔고, 미래의 불확실성이 주가에 반영돼 있다"면서 낙관적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내년 봄부터 미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며, 내년말이면 완전하게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 그는 미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 견해를 제시하고 있는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와 달리 미국 경제의 전망을 상대적으로 좋게 보고 있는 편이다. 뉴욕 월가의 이코노미스트 군단에서 '불리시'(bullish)한 견해에 앞장 서고 있는 스타인버그를 만나 보았다. - 지난 3분기에 뉴욕 증시의 블루칩 지수는 18%, 나스닥 지수는 20% 하락하는 등 폭락장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말씀해주십시오. ▦문제는 경제 회복의 방향에 신뢰감이 결여돼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 수익이 충분하게 빠른 속도로 향상되지 않고 있어, 기업의 신뢰성이 결여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게다가 연쇄적인 충격이 증권시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먼저 기업 회계 부정사건이 뉴욕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최근 충격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이라크에 대한 전쟁 우려입니다. - 뉴욕 증시가 바닥을 확인하고 있다는 주장과 더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습니다. 어떻게 봅니까. ▦저의 견해로는 뉴욕 증시가 바닥에 아주 가까워 왔다고 생각합니다만, 시장은 아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재의 시점에서 미국 증시의 거품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측정 방법을 도입해 500대 기업(S&P 500)의 주가를 거래 수익으로 나눌 때(PER) 그 비율이 지금 20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자율이 아주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주가가 적정선에 왔다고 볼 수 있지요. 뉴욕 증시가 더 떨어진다면 그것은 미국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이 악화하고, 투자자들이 두려움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뉴욕 증시의 주가는 앞으로 일어날 여러가지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 예일대의 로버트 쉴러 교수는 뉴욕 증시가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까. ▦뉴욕 증시는 지난 2000년의 정점에 비해 이미 45%나 빠져 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이 벌어지든지 간에 이미 거품이 제거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미 뉴욕 증시는 급격하게 큰 폭으로 하락했고, 앞으로 미국 경제에 무슨 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앞으로 뉴욕 증시에 더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 지난 3ㆍ4분기에도 미국 기업 수익이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미국 경제가 아주 느리게 회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 4ㆍ4분기에도 미국 경제가 아주 낮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성장률은 2.0~2.5% 사이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수익 신장 속도도 미국 경제의 느린 성장 속도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입니다. - 지난해에 올 3ㆍ4분기와 4ㆍ4분기에 미국 경제가 5%대의 성장을 달성한다고 전망했는데, 최근에 2.5%대로 낮춘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난해 연말에 2002년 미국 경제 성장률이 3%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볼때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든 지 간에 지난해의 예측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질 것 같습니다. 다만 성장의 패턴이 달라졌던 것입니다. 어쨌든 연간 기준으로 볼 때 저의 성장 전망은 맞았습니다. 최근 들어 미국 경제 성장 속도가 느려진 것은 최근 연이은 충격이 미국 경제에 닥쳐왔기 때문입니다. 기업 회계 부정에서 시작해 증시가 하락하고, 이것이 다시 미국의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습니다. 최근 들어 이라크와의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름값이 상승하고, 뉴욕 증시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점이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그러면 미국 경제가 언제 완전하게 회복할 것으로 봅니까. ▦내년 연말 이전까지 미국 경제는 완전하게 회복할 것으로 봅니다. 내년 봄에는 미국 경제가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뉴욕 증시에는 미국 경제의 더블딥(W자형 침체)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분분합니다. 더블딥이 발생할 것으로 봅니까. ▦저는 그 이론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더블딥으로 갈 가능성은 단 한가지입니다. 이라크 공격이 실패하거나, 이라크가 페르시아만 지역의 국제석유 공급을 차단해 오일 쇼크에 대한 압력이 거세질 경우입니다. 그렇게 되면 세계 경제는 다시 후퇴해 경기침체에 빠지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없다면 더블딥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봅니다. 미국 경제 회복속도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기 힘들지만, 가까운 시기에 위험한 상황으로 빠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 미국의 강력한 소비가 지난 2년동안 미국 경제를 지탱해왔습니다. 최근 몇 달동안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하고 있는데, 미국의 소비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습니까. ▦미국의 소비는 3ㆍ4분기에 활발했기 때문에 4ㆍ4분기에는 다소 성장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강력한 소비에 저항 요소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욕 증시 폭락이 '부의 효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최근 고용 시장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최근 모기지(주택담보) 금리가 내려가면서 가정에서 최고 2,000억 달러에 이르는 주택 금융 재융자를 신청했습니다. 최고의 기록입니다. 소비자 신뢰지수 하락과 고용시장 불안등 부정적 요소가 있습니다만, 가까운 장래에 미국의 소비는 주택 금융에 의한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지탱돼 나갈 것으로 봅니다. - 미국 정부가 언제 이라크를 공격할 것으로 봅니까. 이라크와의 전쟁이 세계경제에 주는 영향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이라크와의 전쟁이 내년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마 내년 1ㆍ4분기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공격이 경제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기름값일 것입니다. 현재 국제 유가는 배럴당 30달러까지 올라갔고, 그것은 전쟁 프리미엄이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넘어 40달러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고, 이는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입니다. 그러나 유가 상승은 상대적으로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90년대초 걸프전때처럼 이라크 공격이 단기에 끝난다면 유가는 빠른 시일내에 안정될 것으로 봅니다. 이라크가 패전하고 유엔군이 이라크에 입성하는 순간부터 유가는 급속하게 진정될 것입니다. - 한국 경제에 대해 코멘트해 주십시오. ▦제가 전문으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코멘트할 수 없습니다. 메릴린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루스 스타인버그(Bruce Steinberg)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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