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0월9일] 글리든 & 철조망


‘공기보다 가볍고 위스키보다 세고, 먼지보다 값싸다.’ 1874년 선보인 가시철조망의 선전문구다. 발명자는 조지프 글리든(Joseph F. Glidden). 교사 출신인 60세 농부 글리든이 만든 철조망의 구조는 간단했다. 두 가닥 철사 사이에 날카로운 철사 조각을 끼워넣은 것. 실은 발명보다는 개량에 가까웠다. 남의 발명인 금속조각이 박힌 나무 난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응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허절차를 받는 동안 글리든이 특허권의 절반을 친구에게 265달러에 팔은 이유도 표절시비를 의식해서다. 글리든의 철조망을 반긴 사람들은 목장주. 광대한 목장에 나무 울타리를 두르거나 인건비가 비싼 카우보이를 쓰지 않아도 소를 기를 수 있었다. 특허 취득과 발매 원년인 1874년 1만파운드였던 가시철조망의 생산량이 2년 후에는 284만파운드로 늘어났다. 글리든이 6만달러 일시불과 매년 특허료를 받는 조건으로 특허권을 완전히 넘긴 1877년 1,286만파운드로 증가한 가시철조망 생산량은 1882년에는 1억파운드 선을 넘어섰다. 서부로 쏟아진 철조망은 분쟁을 일으켰다. 소떼를 이끌고 이리저리 다니며 풀을 뜯기는 전통적인 방목업자와 자기 소유지에 철조망을 치는 농장주 사이의 충돌은 대형 목장주의 승리로 끝났다. 목축업의 규모가 급격히 커진 것도 이 무렵이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로열티 덕분에 1906년 10월9일 사망(93세)할 때 글리든은 미국 최고 갑부의 하나였다. 철조망은 미국에도 돈을 안겼다. 참호전이 지루하게 이어진 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많이 쓰인 미국제 전쟁물자가 철조망이었다. 병사들이 ‘악마의 끈’으로 불렀다는 철조망의 생명력은 끈질기다. 세계에서 철조망의 밀도가 제일 촘촘한 곳이 한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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