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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금지된 책을 둘러싼 인간 투쟁의 역사

■ 금서의 역사(베르너 풀트 지음, 시공사 펴냄)


'군주론' '톰 아저씨의 오두막' '닥터 지바고' '신약성서' '율리시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 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금은 대표적인 고전으로 대접받고 있지만 출간 당시에는 엄청난 탄압을 받는 금서(禁書)였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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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금서의 역사'를 통해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당대 큰 화제를 낳은 금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금서와 관련한 흥미 위주의 에피소드를 모아 놓는 수준을 넘어선다. 책을 금지하는 것이 (체제에 반하는) 생각을 막는 방법이라고 여긴 독재자들의 얘기, 그리고 교회 권력, 정부 세력가들의 금지에 대한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울러 체제에 불복하며 창작열을 불태운 수많은 작가들의 고단한 투쟁, 그리고 자기 검열이라는 가장 높은 벽을 넘지 못한 작품들과 시대의 불운을 타고난 작품들까지 역사 속 금지된 책에 관한 에피소드가 쉴새 없이 쏟아진다.

저자는 가장 강력한 금지인 '자기검열'을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는 작가 스스로 검열자가 되어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도록 단절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애인이 죽자 그 무덤에 사랑의 시를 함께 묻어버린 시인 겸 화가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냉혹한 평가에 마음이 상해 장롱 깊숙한 곳에 저작을 넣어둔 채 눈을 감은 마르셀 프루스트가 대표적이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자살을 옹호하고 있어 대중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서 목록에 올랐다. 하지만 책은 오히려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넘어 시대를 뛰어넘는 역작으로 남았다. 이밖에 실제 인물을 교묘하게 소설 속 인물로 등장시켜 사생활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금지된 클라우스 만의 '메피스토', 주인공이 불륜을 저지른 후 예전보다 더 아름다워졌다고 묘사했다는 이유로 금지된 '보바리 부인', 열여섯 살의 소년인 주인공이 우연히 만난 창녀에게 동정을 잃었다는 묘사가 문제가 된 '호밀밭의 파수꾼' 등 금서가 된 원인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금서의 살아 있는 역사를 생생하게 드러내는 이 책은 금지된 책들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인간 투쟁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2만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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