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물밑에서는 2시간 반 동안 마라톤 협상을 거치며 국정원 개혁법 처리에 대해 상당한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대화 과정에서 "이럴 거라면 지난 4자회담 합의문을 애초에 발표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잠시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는 쟁점이 상당히 좁혀졌다는 후문이다.
여야는 일단 국정원 정보관(IO)의 정부기관 출입금지와 대국민 사이버심리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법조문에 규정하고 세부사항은 준칙을 만드는 방안을 만드는 데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상임위와 겸임으로 돼 있는 정보위를 상설화해 예산안 및 직무통제를 강화하고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시 처벌형량을 높이는 데도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투자촉진법, 관광진흥법, 전월세상한제법, 철도민영화 금지법 등 중점 추진 법안이 적힌 목록을 갖고 협상에 임한 것으로 확인돼 '빅딜'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일단 빅딜의 물꼬가 트인 만큼 외촉법 등 양당이 1순위로 추진하는 법안은 무난히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택시산업발전법 등 이미 소위를 통과한 주요 민생법안은 26일부터 본격적으로 처리의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철도 민영화 등 현안을 둘러싼 여야 간 감정싸움으로 쟁점이 해소된 법안까지 각 상임위원회에 묶여 있었지만 회담을 통해 '화해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조성된 덕분이다.
물론 여야 간 후속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30일 본회의에서 법안의 '벼락치기' 의결은 피할 수 없다. 소득세 및 법인세 구간 확정 및 공제방식 전환, 국정원 활동 규제방안 등 주요 안건의 협상 결과가 빨라야 27일에나 윤곽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0일 국회 문턱을 최종적으로 넘을 법안은 줄잡아 2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상당수 법안들을 시간 부족을 이유로 아예 심의에서 배제해버려 "국회가 정쟁으로 하반기에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비판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조세소위는 최근 △파생상품 거래세 및 양도소득세 부과 △상장주식 양도시 과세대상인 대주주 기준 완화 △주식양도소득에 대한 일반세율 적용 등을 위한 증권거래세법, 소득세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는 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연말까지 우선 예산 관련 법안에 대해 논의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며 "(금융투자상품 관련 추가 과세방안은) 내년 2월에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