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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창사 이후 수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수출기업으로 탈바꿈한 SK그룹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중심으로 그룹가치 300조원 달성을 위해 뛰고 있다.
SK그룹은 그룹의 향후 경영전략과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는 역할을 담당하는 6개 위원회를 최근 7개로 늘렸다.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한 반도체를 기반으로 ICT 산업 육성 방안을 전담할 별도 ICT위원회를 구성한 것이다. ICT 위원회는 SK텔레콤과 SK C&C, SK하이닉스 등 SK의 ICT 계열사가 중심축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만우 SK그룹 PR팀장(부사장)은 "그룹 가치 300조를 달성하기 위한 경영전략으로 ICT 사업 육성이 확정된 만큼 이에 대한 각 관계사의 추진 의지는 매우 높다"며 "이는 SK그룹의 성장 플랫폼일 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SK는 지난해 새롭게 도입한 혁신적인 경영체제인 '따로 또 같이 3.0'으로 신성장동력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따로 또 같이 3.0'은 SK그룹이 각 사별 독립경영과 그룹단위의 시너지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SK만의 경영 틀이다. 지주회사 중심의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를 벗어나 관계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그룹 경영 방향을 수평적으로 결정하는 구조다.
이 체제에 따르면 각 관계사는 스스로 성장 목표와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자율적으로 책임경영을 해야 한다. 각 관계사가 다른 관계사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거나 그룹 차원의 역량이 동원되는 사업을 추진할 때는 계열사 임원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해 최적화된 결론을 내리도록 했다. 신규시장에 진출하거나 새로운 유행에 따른 전략을 수립할 경우에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와 SK그룹의 위원회, 외부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한 뒤 최적의 방안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다.
SK는 지난 2002년 각 사별 생존경영 중심의 '따로 또 같이 1.0'을 시작한 뒤 2005년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출범과 함께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면서 각 사별 생존력을 높여 나가는 것을 골자로 한 '따로 또 같이 2.0'을 통해 2단계 도약을 했다.
이번 '따로 또 같이 3.0' 체제는 관계사와 그룹 전체가 동시에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라는 게 SK그룹의 설명이다. 실제 3.0 체제로 바뀌는 시기와 맞물려 SK는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수출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 수출기업으로 변신했다.
SK는 미래 먹을거리를 위해 그룹 내 연구개발(R&D)도 강화하고 있다. SK의 R&D는 '연구만을 위한 연구'에서 벗어나 사업화를 최종 목표로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 부가가치 생산이 가능한지가 연구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사업부서 실무자들을 R&D 과정에 참여시켜 비즈니스 감각이 반영된 제품을 생산토록 하고 있다.
SK는 '녹색기술 7대 중점 R&D 및 사업화 과제'를 정해 환경과 미래성장동력을 함께 확보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7대 과제는 ▦무공해 석탄에너지 ▦해양 바이오 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소연료전지 ▦첨단 그린 도시 등이다.
이중 이산화탄소 자원화와 무공해 석탄에너지는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 원재료를 만드는 '그린폴'은 SK가 자랑하는 기술이다. 석탄을 활용해 청정에너지로 변환하는 '그린콜' 기술도 SK를 상징하는 기술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도 해외 유력업체와의 기술 제휴 등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R&D에 대한 투자 예산도 증가세다. 2012년 6,600억원에서 지난해 7,000억원을 넘어선 뒤 올해는 7,500여억원 투자를 예정하고 있다.
SK는 창의적인 인재를 뽑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인재 채용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꿨다. SK는 기존의 채용방식에서 벗어나 이른바 스펙을 보지 않고 끼와 열정, 도전정신만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바이킹 챌린지'라는 채용방식을 도입했다. 취업준비생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지방 주요 도시를 직접 찾아가는 방식의 면접제도를 도입한 것도 혁신적인 인재채용 방식 중 하나이다.
SK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국내 소비 증진과 기업 마케팅 기반을 넓힌다는 방침도 갖고 있다.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닌 기업 생태계 전반에서 선순환 과정이 형성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사회적기업 분야에 정통한 인재 양성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고 카이스트(KAIST)와 함께 국내 최초로 사회적 기업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개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