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CEO를 발굴, 키우지 못하면 기업의 미래도 없다'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CEO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상당수 기업들이 'CEO를 기다리지 않고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마치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 보다 공부를 잘하도록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관리하는 듯한 모습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웰치 사단'으로 유명한 GE.
GE는 '경영자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육성된다'는 전제 아래 매년 100명 가량의 후보군을 선발, 약 4~5년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 현재 잭 웰치 전 회장 밑에서 경영 수업을 받은 인물 중 16명이 미국 상장기업의 CEO로 활약하고 있다.
IBM도 부문별로 입사 6~7년차 사원 가운데 5~7%의 인력을 선발해 최고 경영자가 주재하는 'CEO 포럼'에 참여시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CEO의 경험과 능력을 유능한 직원에게 전수시켜 '초(超) 제너럴리스트(super generalist)'의 자질을 키우기 위한 것.
미래의 CEO가 이들 가운데서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본 소니는 지난해 처음으로 전세계 18만명의 임직원 중 30~40대의 인재 20명을 선발했다.
준비된 CEO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소니는 앞으로 2005년까지 예비CEO 풀을 5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CEO육성을 게을리 하다 결국 역사속으로 사라진 기업도 부지기수다. 독일의 다임러-벤츠에 합병된 미국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가 대표적인 사례.
크라이슬러는 한 때 미국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리 아이아코카 회장 시절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의 퇴임후 끝내 좌초하고 말았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꿰뚫는 혜안을 가진 차기 CEO 발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도미니크 바튼 맥킨지 서울 대표는 "한국기업도 CEO육성을 위한 전담조직과 프로그램을 마련해 예비 CEO가 지속적으로 경영 수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사회가 후보군 선정 과정에 참여하고 전임 CEO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식 등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