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수십만 시민들 노란 풍선 날리며 오열<br>인근 상당수 직장인들도 일멈추고 나와 애도 합류
| '통곡하는 DJ'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헌화를 마치고 권양숙 여사와 인사를 하며 통곡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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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청 광장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노란 풍선을 날리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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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前대통령 국민장] "안녕, 내맘 속 대통령" 노란 추모물결
서울광장 수십만 시민들 노란 풍선 날리며 오열인근 상당수 직장인들도 일멈추고 나와 애도 합류
이성기기자 sklee@sed.co.kr
진영태기자 nothingman@sed.co.kr
'통곡하는 DJ'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헌화를 마치고 권양숙 여사와 인사를 하며 통곡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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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광장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노란 풍선을 날리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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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가 열린 29일 경복궁 주변과 서울시청 앞 광장은 온통 노란색으로 뒤덮였다. 시민들은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를 외치며 눈물과 흐느낌 속에 노 전 대통령에게 이승에서의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엿새 만인 이날 오전7시30분께 서울광장을 막고 있던 경찰이 차벽을 철수하자 시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날 서울광장에는 경찰 추산 18만명, 시민추모위원회 추산 50만여명의 시민들이 운집해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세종로 사거리부터 남대문에 이르기까지 1km 구간 길 양편에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매달아놓은 노란색 풍선으로 거대한 물결을 이뤘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전광판을 응시하며 고인과의 이별을 슬퍼했다. 조용히 눈물을 훔쳐내던 시민들의 흐느낌은 조사를 낭독하던 한명숙 전 총리가 울먹이자 오열로 바뀌었다. 한 추모객은 "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는 분이셨는데 우리가 지켜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럽다"며 울먹였다.
광화문 인근 사무실에서 일하던 직장인들도 상당수 길거리로 나와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회사원 이모(38)씨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상사 눈을 피해 동료들과 함께 나왔다"며 "전직 대통령이 불행한 일로 일찍 가셔서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노 전 대통령의 영구차는 오후1시20분께 서울광장에 들어섰다. 노제 사전행사 진행을 맡은 방송인 김제동씨가 "자랑스러웠던, 앞으로도 영원히 마음 속에 자랑스러울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님을 맞이하겠다"며 도착을 알리자 추모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영구차를 향해 움직였다.
안도현 시인의 추도시, 진혼굿, 유서낭독 등의 순으로 노제는 추모객들의 흐느낌 속에 30여분간 진행됐다. 유서낭독을 마친 도종환 시인은 "그분은 가고 우리는 남았지만 이것은 이별이 아니라 긴 인연이 시작된다 생각하겠다"며 고인이 생전에 즐겨 불렀던 노래 '사랑으로'를 제창하자고 제안했다. 서울광장에 모든 추모객 수십만명의 합창이 이어지자 고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와 딸 정연씨는 북받쳐오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 탓에 탈진하는 시민들도 속출했다. 소방방재센터에 따르면 노제가 열린 시청 앞 광장 인근에서 조모(24)씨 등 15명이 실신하거나 탈진 증세를 보였다.
오후2시께 노제가 끝났지만 시민들은 '내 마음 속의 대통령, 노무현'을 쉽게 떠나보내지 못했다. 영구차를 향해 밀물처럼 밀려든 시민들로 운구행렬이 움직이지 못하자 도 시인은 "고인을 보내기 힘든 마음은 이해하지만 보내주시라"고 호소했다.
운구행렬이 서서히 서울광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시민들은 고인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존경합니다""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운구행렬을 뒤따르던 민주당 김근태 상임고문, 박영선 의원 등에게 "살아계실 때는 봉하마에 한번 안 가보더니 죽고 나서야 따라다니느냐"고 질타해 이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고인의 시신을 태운 영구차는 마지막 이별을 아파하는 수많은 이들을 뒤로하고 태평로를 따라 서울역 방향으로 향했다. 파란 하늘은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노란색 풍선과 노란 종이비행기로 뒤덮였다.
장의 공동위원장 弔詞
"열망하시던 화합·통합 꼭 실현"
한승수 국무총리 조사
오늘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 떠나시는 길을 배웅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과 마지막 이별하는 자리에서 우리 모두는 애석하고 비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한없이 가슴이 무겁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
돌이켜보면 대통령님의 일생은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권위주의 타파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삶이었습니다.
빈농의 아들에서 인권변호사로, 민주투사에서 국회의원,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해왔습니다.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대한민국의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
대통령께서는 취임사를 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열어갈 것을 천명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헌신하였습니다.
재임 기간 동안 대통령 스스로 낮은 곳으로 내려와 국민과 함께하는 서민대통령이 되고자 하였습니다.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더 이상 국민위에 군림하는 권력은 용납될 수 없다는 뜻을 끊임없이 피력하였습니다.
우리 국민은 대통령께서 숱한 역경과 우여곡절 속에서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이룩한 업적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
우리 국민은 평생 자신의 신념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고난도 감내하며 입지전적 길을 걸어온 대통령님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고인께서는 마지막으로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라고 유언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많은 눈물이 먼 길 떠나시는 그 발걸음을 무겁게 하지나 않을까 저어됩니다.
뒤에 남은 우리는 대통령님의 뜻을 되새기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짐을 새롭게 할 것입니다.
고인께서 그토록 열망하시던 화합과 통합을 반드시 실현하고 세계 속에 품격 있는 선진일류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제 생전의 무거운 짐, 모두 내려놓으시고 편히 영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권양숙 여사님과 유가족 한분 한분에게도 거듭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큰 슬픔을 이겨내시고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온 국민과 더불어 삼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명복을 빕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한명숙 前국무총리
노무현 대통령님. 지금 어디 계십니까?
얼마나 긴 고뇌의 밤을 보내셨습니까?
얼마나 힘이 드셨으면, 자전거 뒤에 태우고
봉하의 논두렁을 달리셨던, 그 어여쁜 손녀들을 두고 떠나셨습니까?
대통령님.
얼마나 외로우셨습니까?
떠안은 시대의 고역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새벽빛 선연한 그 외로운 길 홀로 홀로 가셨습니까?
유난히 푸르던 오월의 그날,
'원칙과 상식' '개혁과 통합'의 한길을 달려온 님이 가시던 날,
우리들의 갈망도 갈 길을 잃었습니다.
서러운 통곡과 목 메인 절규만이 남았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는 글을 접하고서도
님을 지키지 못한 저희들의 무력함이 참으로 통탄스럽습니다.
대통령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 말씀이 남아 있는 저희들을 더욱 슬프고 부끄럽게 만듭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님을 놓아드리는 것으로 저희들의 속죄를 대신하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가시는 길, 이승에서의 모든 것을 잊으시고,
저 높은 하늘로 훨훨 날아가십시오.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대통령님 행복했습니다.
대통령님 편안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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