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1월 25일] 사상 최고 실적 속 작아지는 국내시장

어닝시즌이 시작되면서 즐거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간 실적을 잠정 추계한 결과 지난해 136조5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사장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삼성전기도 사상 최대 실적을, LG디스플레이도 사상 첫 매출 20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해외 경쟁기업들이 4ㆍ4분기 들어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놀라운 성과 그 자체다. '사상 최대'라는 자료를 접하면서 한가지 의문점이 드는 게 그 많은 돈을 어디서 벌었을까이다. 다소 뜬끔없는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 규모로는 달성이 거의 불가능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기업 성장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지난해에는 고작 0.4%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지난 2008년 대비 14.9%이다. LG그룹 매출 증가율도 9%대로 결국 삼성과 LG 등 간판 기업은 해외에서 많은 돈을 벌었기에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국내 간판 기업의 경우 매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지만 실상은 더욱 심하다. 주력 글로벌 기업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내수 비중이 20%대였지만 지난해 10%대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현장에서 기업인들이 느끼는 국내 시장의 왜소함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연간 실적 발표 이후 주요 기업 임원들의 요즘 주된 고민거리 중 하나가 '우리에게 한국 시장은 과연 무엇일까'이다. 시장은 한정돼 있지, 성장은 정체돼 있지, 뭐 하나 뚜렷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 지역 총괄의 위상은 지난해를 거치면서 한 단계 더 추락했다. 해외 마케팅 비용은 큰 폭으로 뛰고 있으며 한번도 해외 마케팅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던 A기업은 해외에서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잇다. 한 기업체 임원은 "한국에서의 비즈니스를 재검토해야겠다는 이야기가 올해 들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하에서 기업의 해외 진출 가속화는 당연한 일이고 큰 시장으로 나가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문제는 현재의 속도라면 기업의 신장을 통한 한국 경제의 동반 성장의 꿈은 접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상 최대 실적은 당연히 기뻐해야 하지만 걱정해야 될 짐 역시 비례하며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시장을 만들고 기업들을 유인해야 할 정부가 기업만 보고 왜 투자하지 않느냐고 엄포를 놓는 게 요즘의 상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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