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끈질김에는 냉정함으로

제11보(123~149)


여전히 장쉬는 무리하지 않고 즐거운 흐름을 타고 있다. 흑23, 25로 백의 두터움을 지우면서 좌상귀의 패맛을 은근히 노린다. 중국 기사 특유의 묵직하고 유연한 감각이다. 스승 린하이펑의 체취가 그대로 묻어난다. 야마시타의 백26은 고심의 일착. 흑대마의 안형을 빼앗으면서 흑27의 허점을 노리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참고도1의 백1이 더욱 짭짤한 수단이지만 지금은 소탐대실이 될 것이다. 흑이 3점을 선선히 내주고 흑4로 확실하게 연결해 버리면 더이상 희망을 품어볼 도리가 없다. 백5로 잡으면 흑6으로 잇는다. 이 코스는 백의 필패. 그러므로 야마시타는 실전보 백28이라는 강수를 선택한 것이다. 흑35까지 백2점은 희생되었지만 그 희생의 보상은 제법 컸다. 백32, 34를 활용하여 흑의 연결장치에 제동을 걸었고 백36이라는 즐거운 후속수단까지 생겼다. 흑37의 굴복은 최선. 참고도2의 흑1에 무심코 받았다가는 백2로 막혀 흑의 낭패. 백38. 이곳에 백돌이 먼저 놓여서는 일단 계가바둑이다. “많이 따라왔네. 야마시타는 역시 끈질긴 사람이야.”(다카오 신지) “패를 끝까지 결행하지 않고 백에게 그냥 양보하다니. 참 장쉬는 냉정한 사람이야.”(하네 나오키) 백에게 46을 허용한 것을 두고 말함이다. 하긴 백으로서도 지금이 그곳을 둘 마지막 기회였다. 흑45에 백이 가로 받아주면 흑은 제꺽 나에 두어 패를 결행할 것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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