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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디자인 바이러스' 확산 중

우리는 아름다운 곳에 살 권리가 있다


[리빙 앤 조이] '디자인 바이러스' 확산 중 우리는 아름다운 곳에 살 권리가 있다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직장인 이광일씨는 매일 아침 직육면체의 아파트 건물을 빠져 나와 또 다른 직육면체의 회사로 향한다. 그의 집이 있는 무채색의 아파트 건물에는 똑 같은 모양의 현관과 창문을 가진 200여 개의 집이 모여 있다. 아파트 단지의 중앙상가에는 너무 많아서 어느 것 하나 튀지 않는 간판들이 중구난방으로 건물 외벽을 장식하고 있다. 집 앞 지하철역에 다다르면 이 씨는 플랫폼에 서서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리며 역 내부를 둘러본다.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지하철역 천장에는 철골과 전선이 흉물스럽게 드러나 있고 벽면에는 타일이 떨어져 나가 있다. 스티로폼과 박스로 메워진 바닥을 보며 혀를 끌끌 차다 보니 저 멀리서 지하철 불빛이 보인다. 문득 생각해보니 지하철도 직육면체다. 초만원 상태의 지하철에서 보이는 것은 사람의 머리와 벽면광고, 노선표 뿐. 광고 문구는 구태의연하고 노선표는 지루하기 짝이 없다. 별다를 것 없는 무채색의 지하철역을 지나 이광일 씨는 무채색 건물의 회사로 향한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좁은 사무실과 그 보다 더 좁은 공간에 끼여 있는 사무실 책상뿐. 이 씨가 속한 부서엔 같은 모양의 책상만 20개, 이 건물 전체를 합친다면 수백 개는 족히 되는 똑 같은 모양의 책상들이 복제물처럼 널려 있다. 재미없는 일상에 무미건조한 풍경의 연속이다. 이 씨가 하루동안 바라보는 일상의 풍경은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최근 디자인계에서는 사물이나 사적인 공간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공공의 영역에 문화를 담자는 '공공미술' 운동이 각광을 받고 있다. 공공미술이란 거리나 버스정류장, 공원, 광장 등과 같이 대중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을 꾸민다는 것으로 예술 소외 계층(경제적 소외 계층과는 구별되는 의미다)에게 미술 접촉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의도다. 지난해부터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나 현재는 사업이 중단됐지만 2006~2007년 전국 각지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된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의 '아트인시티' 사업 역시 '공공미술' 운동에서 비롯된 정책들이다. 정부와 지자체, 지역기반의 대안문화 활동가들을 기반으로 한 공공미술 운동에 힘 입어 시민들의 일상에 디자인을 입히고 시민들은 디자인을 즐기는 동시에 창조하는 '공공디자인'의 개념은 전국 곳곳에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서울의 몇 개 안 남은 달동네 중 하나인 대학로 낙산의 가파른 계단에는 꽃그림과 벽화가 그려져 그림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고 청계6가의 동화시장에는 건물 곳곳에 시장 상인들의 얼굴과 단추 조형물 등이 자리를 잡아 공간의 정체성과 그 공간에 사는 사람 이야기가 담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이번주 리빙앤조이는 마을과 학교, 직장 등으로 퍼지고 있는 디자인의 대중화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한다. 기업체들의 문화마케팅에 힘 입어 사옥 앞에 조각 작품들이 자리 잡은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미 전국 각지의 마을들에선 스스로 벽화를 그리고 마을 공터를 꾸미는 공공미술 운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공장과 사무실을 직원들이 스스로 꾸미고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기사는 그 같은 움직임을 앞장 서 끌고 가는 이들을 향한 갈채이자 응원이다. ▶▶▶ [리빙 앤 조이] 관련기사 ◀◀◀ ▶ '디자인 바이러스' 확산 중 ▶ 삶의 질 바꾸는 '공공미술 혁명' ▶ 가볼만한 공공디자인 현장 ▶ 공장이 '아름다운 일터'로 변신 ▶ 공공미술이란 ▶ 겨울산행 '유비무한' ▶ '제주의 속살' 쇠소깍을 아시나요? ▶ '변'을 보면 '병'을 안다 ▶ 코골이 수술은 겁나고 수면 조끼 입어볼까?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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