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근린궁핍화 정책과 죄수의 딜레마


엔화는 도대체 어디까지 떨어질까. 불과 4개월 만에 20% 가까이 가치가 떨어진 엔화가 달러당 100엔선도 뛰어넘을 기세다. '윤전기 아베 수상'의 건재와 일본은행의 통화공급 배증 방침, 미국의 묵인이 맞물려서다. 우리나라에는 악재다. 당장 대일 농산물 수출이 줄었다. '양적 완화'로 포장된 일본의 '근린궁핍화 정책(beggar thy neighbor policy)'에 당한 셈이다.


△'근린궁핍화 정책'이란 말을 만들어낸 인물은 영국의 여류경제학자 조앤 로빈슨(1903~1983). 해마다 노벨경제학상 후보에 올랐던 그는 1930년대 세계대공황이 각국의 '너 죽고 나 살자'라는 이기주의와 보호무역, 환율전쟁 탓에 오랫동안 지속됐다며 이 용어를 지어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지 통화전쟁의 기운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인위적인 환율 하락에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유럽이 반격을 준비 중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까. 경제사를 보면 답이 나온다. 세계대공황에서 각국의 경쟁적인 근린궁핍화 정책은 공멸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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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가 다 함께 사는 길은 협력에 있으나 쉽지 않다. 서로 못 믿고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협력만이 공생의 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국제적 긴장과 불신이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상황과 닮았다. 미국 랜드연구소에 근무하던 폰 노이만(1903~1957) 등이 1950년에 주창한 '죄수의 딜레마'도 끝이 좋지 않다. 신뢰하고 협조했다면 혐의를 벗을 수 있었던 공범들은 모두 감옥에 가기 마련이다.

△일본은 쉽사리 양보에 나서지 않을 것 같다. 아베노믹스에 정치생명을 건 아베 수상의 도박에는 나름대로 명분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짧게 보면 3년 동안, 길게 보면 플라자합의(1985년) 이후 일본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엔고(円高)를 외부로부터 강요 받은 게 사실이다. 결국 미국이 엔저를 막지 않는 한 통화전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의 전쟁 위협과 국제 통화전쟁이라는 두 가지 전쟁 압력이 한국을 짓누르는 형국이다. 안보와 경제,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잔인한 4월도 중순으로 접어들건만 날씨마저 쌀쌀하다. 한반도의 들에도 봄은 오는가. 봄이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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