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장동건 "동정심 일으키는 악역에 푹 빠졌죠"

영화 '태풍' 주연 장동건 인터뷰


장동건이 돌아왔다. 2년만이지만 팬들에게 그의 공백은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충무로에서 장동건의 자리는 이제 그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진정 그만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친구’의 동수도, ‘태극기 휘날리며’의 진태도 온전히 ‘장동건’이란 이름이 아니면 새겨지지 않았을 이름이다. 그리고 2005년 12월, 다시 남성미 물씬 풍기는 ‘태풍’의 해적 ‘씬’으로 돌아왔다. 타임지 표지모델로까지 등장하며 한류 스타의 최정점에 선 그이지만, 영화 개봉을 앞두고는 늘 그랬듯 초조하기만 하다. 모두가 찬사하는 스타인 만큼 짊어져야 할 몫도 큰 법. 개봉(15일)을 일주일 앞두고 그를 만났다. ▦수염이 멋지다.
“9월에 촬영을 끝냈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 자르기가 왠지 어색하다. 개봉 전까지는 홍보 때문이라도 계속 못 자를 것 같다.” ▦또 다시 카리스마 넘치는 역을 맡았다.
“사실 배우는 선택을 받는 직업이다. ‘대부’같은 영화를 늘 좋아했는데, 예전엔 그런 영화에서 안 써 주더라.(웃음) 그래서 ‘친구’는 내게 참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흥행성적도 좋았지만 자신도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을 발견했다. 오래 전부터 남성미 넘치는 작품에 끌렸다.” ▦그 길이 쉽지만은 않을텐데.
“배우에게 쉬운 길이 뭔지 잘 모르겠다. 한 작품을 마치고 나면 뭐 하나라도 얻고 배웠다는 걸 느끼고 싶었다. 데뷔는 TV였지만, 사실 TV는 연기자가 할 수 있는 폭이 제한돼 있지 않나. 그래서 영화가 좋다. 다양한 면을 보여줄 수 있어서. ” ▦액션신도 그렇지만 감정표현이 힘들었겠다.
“몸은 ‘태극기…’가 훨씬 힘들었다. 태국어로 카리스마를 표현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마지막 이정재와의 대결 신. 그 장면만 닷새를 찍었는데, 스태프들이 “그럴거면 그냥 화해하라”고 농담을 던지더라. 그냥 칼만 휘두르는 게 아니라 감정을 풍부하게 보여줘야 하는 게 관건이었다.” ▦지난 몇 년간 영화에서 남성적인 모습만 보여줬다.
“배우로서 이미지가 고정되는 건 분명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태풍’의 ‘씬’은 분명 매력적인 인물이다. ‘태양은 가득히’나 ‘리플리’에서 보여줬던, 동정심을 들게 하는 악역의 매력이 좋다. 나쁜 행동을 하지만, 관객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당기는 묘한 재미 말이다.” ▦이젠 ‘한류 스타’다. 부담은 없나.
“왜 없겠나. 내 개인의 인기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지켜가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이 든다. 그렇다고 배우로서의 본질을 훼손해선 안 되는데. 조율을 잘 해나가야 할텐데. 언어와 문화가 다른 관객에게 다가간다는 건 분명 조심스럽다.” ▦그래도 꽃미남 청춘 스타 이미지는 털지 않았나. “예전엔 그게 콤플렉스였다. 병적일 만큼 벗어나고 싶었다. 사람들이 나의 다른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얼굴만 본다고 느꼈으니까. 이젠 많이 편해졌다. 사람들이 나를 연기로 봐 준다고 내 자신에게 주문을 건다. 잘 생겼다니, 기분 참 좋다.” ▦자신은 배우로서 어디에 와 있다고 생각하는지.
“우리나라에서야 아니지만 사실 배우는 굉장히 정년이 긴 직업이다. 그런 면에서 안성기 선배가 존경스럽다. 제임스 딘처럼 영원으로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 물론 그처럼 불행하게 죽긴 싫지만.(웃음) 마라톤으로 치면 반환점 언저리엔 왔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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