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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획일성에 문제 의식을 갖고 현대인의 획일적인 웃음을 표현해 온 동양화가 김지희(29) 씨의 개인전이 2년 만에 열린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 사이로 살짝 솟은 두 뿔과 얼굴을 절반쯤 가리는 커다란 선글라스, 그리고 활짝 웃는 입술 사이로 드러낸 치아 교정기 등이 김 작가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전통 채색과 한지 등을 활용해 팝아트 풍의 강렬한 이미지를 표현해 온 김 작가는 그 동안 치아교정기나 오드아이(odd eyeㆍ양쪽 눈동자 색깔이 다른 것)를 소재로 선택,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렸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ㆍ중국ㆍ독일 등 국내외 100여회의 전시를 통해 활발하게 활동해 온 그의 이번 전시 주제는 '가상의 위장(Virtual Camouflage)'이다. 오는 15일까지 강남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군복의 위장무늬를 조형적인 언어로 끌어들였다.
전쟁터에서 군인들이 풀숲에 몸을 감추려고 위장(camouflage)을 하는 것에 빗대어 현대사회에서 성공을 향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긴장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낸다. 명품 로고가 그려져 있던 선글라스 렌즈에는 이제는 수류탄이 놓여진다.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버진 하트(Virgin Heart)' 시리즈에서는 세밀하게 묘사한 보석을 통해 물질 만능주의에 젖은 현대 사회에서 개개인이 느끼고 있는 절대 고독을 드러냈다.
김지희는 화선지를 여러 장 겹쳐 두껍게 만든 장지 같은 전통 재료를 사용해 한국화와 팝아트적 요소가 어우러진 작업을 한다. 개성적인 작품 세계는 일찌감치 인정을 받아 2011년 청작미술상 수상기념전에서는 샤넬, 루이뷔통, 에르메스 같은 명품 로고가 그려 동그란 선글라스 렌즈 뒤에 얼굴을 가린 인물화를 보여줬다. 기업이나 아이돌 가수와의 협업도 활발하다. 화장품 브랜드인 미샤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으며 소녀시대 의상에 자신의 개념적인 이미지를 그려 넣는 작업도 큰 호응을 얻었다.
김 작가는 "획일성, 치열한 경쟁, 소비주의 등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문제를 희화화하고 싶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한국화 작업을 한다고 하면 수묵화를 떠올리지만 동양의 재료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현대적인 이미지를 세련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02) 549~3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