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오는 30일 정기이사회를 앞두고 거취 문제에 대해 막판 저울질 하고 있다. 다만 그를 대신해 경영 바통을 이어받을 후임자 구인난으로 인해 라 회장의 거취 결단 내용과 후속 대책은 불투명하다. 27일 신한금융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라 회장이 큰 틀에서 진퇴 문제에 대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그 결과나 후속 방안에 대한 부분이 어떻게 흘러갈 지 알 수 없어 (결단 여부를) 고민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라 회장은 자신이 거취 결정시 경영 공백을 막을 대안이 있는지, 실명제 위반 혐의와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등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라 회장은 조기 퇴진시 류시열 비상근 상임이사를 권한대행으로 세워 경영공백을 막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류 이사 본인이 이를 거듭 고사하고 있다. 류 이사는 2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권한대행직에 대해 “나는 적합하지 않으며 보다 유능한 사람이 (후임자로) 와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내가 알아보니 (금융)감독원에서 라 회장에 대해 징계를 낮춰줄 가능성도 있더라”며 “후임자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있으나 그것은 (라 회장의 거취에) 상황 변화가 생긴 다음에 이야기할 문제”라고 전했다. 금감원의 징계 수위가 오는 11월 4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어떻게 확정될지도 라 회장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국감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라 회장이 조기사퇴해도 양정(징계수위 조정)에는 “상관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라 회장이 조기 사퇴할 경우 징계 감경의 실익은 얻지 못한 채 스스로 실명제 혐의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점이 딜레마다. 따라서 라 회장으로선 막판까지 본인의 억울함을 소명할 가능성도 있다. 류 이사도 “라 회장이 적극 소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이사회의 내용에 대한 금융권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현재로선 라 회장이 자신의 진퇴를 결정할 것이란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7일 라 회장이 주재한 그룹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도 이 같은 언질을 줬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이와 달리 라 회장이 금감원 제재결과 발표 이후로 거취 결정을 미룰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이 경우 정기이사회는 금감원이 라 회장에게 직무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확정할 경우에 대비한 대응 시나리오를 논의하는 선에서 그칠 수 있다.